예보는 서해안 지역에 눈발이 날리고 그밖의 지역은 맑겠으며 특히 영동지역은 건조주의보라 해서 버스 말고 차를 끌고 여행길에 올랐다.
충북 지역에 눈이 살짝 덮이고 다시 닥친 강력 한파에 강원도로 가는 길 연도에도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다. 길바닥은 질척해 앞 유리는 연신 흙보라가 덮이고 예보와 달리 눈발은 날렸다. 운전하기 지랄 같은 조건이다. 날은 춥고.
평창겨울음악제.
올해로 세 번째 맞는 행사로 올림픽의 문화축제 일환으로 예년보다 일찍 앞당겼다. 프로그램 일정표를 보고 원하기는 정명화 정경화 송영훈 강주미 손열음 등 스타 연주자들을 보고 싶었으나 날짜가 안 맞았다. 강릉 공연인 오페라갈라쇼를 예매한 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실은 그 프로그램이 가장 맘에 들긴 했다. 실내악은 말 그대로 집안에 모여 소규모로 연주하는 형식이라 대공연장에서의 연주는 어쩐지 빈약하다는 느낌이 있다. 피아노 독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큰 공연장에서는 오케스트라 관현악의 풍성한 음량이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더구나 이번 공연은 합창과의 앙상블이니 내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근래 북한 현송월 일행의 방남으로 뉴스에 많이 노출된 강릉아트센터. 2월 8일 삼지연악단 공연이 예정돼 있다.
최첨단의 신식 공연장이라고 한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무대가 너무 비좁은 감이 있었다. 약간 축소된 오케스트라인데도 자리배치가 다닥다닥 붙었다. 거기다가 합창단원들까지 자리하고 있어 더욱 협소해 보였다. 그 외는 모든 게 다 좋았고 쾌적했다.
공연장에서는 대개 사진촬영이나 녹음을 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몇몇 사람들은 몰라서도 그렇고 알면서도 은근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찍기도 한다. 나는 모범생이라 철저하게 에티켓을 지키려고 공연 시작 전의 정경만 하나.
명성만 듣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유튜브가 아닌 현장에서 처음으로 들었다. 과연 명성만큼 세련된 음악이다. 멋진 음악을 들을 때는 거짓말 아니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이런 감성은 현장에서 직접 들을 때라야 느낄 수 있다.
테너와 베이스의 노래도 좋았고 합창 코러스도 좋았다. 때론 눈물도 찔끔거리고.
정명화 안숙선을 직접 보는 호사는 최고의 기분이었다. 게다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은 여자관객이 유명한 임준희였다! 그녀는 이번 음악제에서 초연한 흥보가를 작곡하였다.
이렇게 수준 높은 공연으로 내 올 한 해의 음악공연 여행이 시작되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음식이 너무 비싸다. 알면서도 사 먹지만 그럴 때마다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오늘 레퍼토리 중 내가 제일 좋았던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인터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