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설리숲 2005. 3. 7. 13:02

 

 생일이라....

 生日.

 태어난 날. 그렇다면 누구나 태어난 날이 있으니 그리 요란하게 법석을 떨 거야 없겠다. 세상에 나와 밝은 빛을 봤으니 기쁘긴 하겠지만 한번 기쁘면 그걸로 충분하지 해마다 그날을 기다려 축하하느니 고맙다느니 파티를 하니 선물을 주니 하는 건 어째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란 늘 외로운 존재인 것 같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못 견디는, 그래서 사건사고 없는 9시뉴스는 재미없어하는.... 아마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이런 저런 기념일을 끝없이 만들어 내서 즐기고 싶은, 재미없는 날을 하루라도 더 줄여 이벤트를 꾸며 가며 외로움에서 벗어나고픈 뭐 그런 거 아닐까.

 

  언제 한번 계산해 본 적이 있다. 세계 인구가 60억이라 하니 그걸 365일로 나눠 보면 대략 1600만~1700만이 나오더라.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해도 생일인 사람이 1600만 명이 넘는 것이다. 그러니 뭐 그리 특별한 날도 아니다.

 일 년 중에 어느 하루 그냥 뱃속에서 나왔다는 단순한 생물학적 의미 이상은 없을진대 매일 1600만 명의 사람들이 저 난리들을 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좀 씁쓸하다.

 

 어머니 자궁에서 세상에 내던져지는 순간부터 고통은 시작되는데,

 이미 나왔던 그곳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데,

 수명을 다해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갈 때까지는 끊임없는 고민과 번뇌에 시달릴 것인데,

 세상에 나온 게 그리 축복받을 일은 아닌데.....

 

 그렇긴 해도, 말은 이렇게 뻔지르르하게 해도 무미건조한 것보다는 말로나마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색한대로 싫지만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는 人間임을 알겠다.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야 내 생일을 알게 되니 나도 어지간히 버석버석한 인간이다.

 

 그럼 자축해 보자,

 Happy birthday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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