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884

도시투어 아산 지중해마을

문득 아주 막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혹 뜬금없이 지중해가 생각나지는 않는지. 그럴 때 여기로 오세요. 여기는 아산 탕정면, 유명한 지중해마을입니다. 이 일대는 원래 포도농산지였는데 2005년부터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이 마각의 손을 뻗기 시작했다 합니다.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할 게 없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라는 대규모 단지건설이 추진되고 시행되면서 주민들은 정든 마을을 잃게 되었습니다. 찬성과 반대, 보상협의, 어느결에 돈냄새를 맡고 몰려든 외지인들. 농사 밖에 모르던 무지렁이 주민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고향을 버릴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64명의 주민들은 의기투합하여 대책을 강구한 결과가 현재의 ‘지중해마을’입니다. 어리숙하고 ..

임자도 튤립을 보았나

신안 임자도 그간은 배를 타고 건너다니다 작년 봄에 다리를 개통해서 무시로 넘나들 수 있게 됐다. 유명한 대광해변 튤립 정원. 코로나로 그간 축제는 중단되었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꽃은 피고. 네덜란드가 원산지라는 지극히 한국적이지 않은 낯선 식물. 이국적이어서 그만큼의 매력을 지닌 꽃. 축제는 안해도 정원은 개방해 원래는 5천원인 입장료를 3천원으로 인하했다.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끝물이어서 입구에 ‘낙화했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그래도 아쉽지 않게 내 생애 가장 많은 꽃송이를 본 날이었다. 우리가 경탄해 마지않는 꽃이란 건 실은 식물의 성기다. 고상한 동물인 사람이 성기에 반하고 홀리는 천박함에 좀은 자존심 상하지만, 사람끼리도 이성에게 그렇게 끌리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천박하다니 어..

바닷가 작은 역, 송정

간이역이다. 많은 횟수는 아니라도 하루 종일 기차가 드나든다. 막연히 동해바다 어디쯤이라고만 생각하고 내린 송정역. 지도를 보니 부산이다. 아하, 그 유명한 송정해수욕장이다 늦은 밤인데도 해변은 휘황찬란하다. 이미 피서철은 끝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렇게 야경이 호화로울 정도면 한여름에는 엄청나게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송정역에서 민박촌이 있는 뒷골목을 지나면 바로 해변이다. 해변가에는 번듯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민박촌 골목과는 극과 극이다. 고급 모텔과 펜션, 카페 음식점등 휴양객들의 돈을 끄집어내는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숙박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모텔은 많으나 죄다 고급 러브호텔이다. 이런 델 혼자 들어가기란 영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보통은 6~7만원이지만 피서철도 아니고 더구나..

달성 비슬산의 진달래

지난 주말에 비슬산에 갔다가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때는 진달래철이라 상춘객들 많을 것을 예상했어야 함에도, 사실 예상을 전혀 안 한건 아니었지만서두 토요일에다 대도시 인근 산이라는 것까진 감안하지 못했다. 느긋하게 너무도 느긋하게 올라가니 이미 입구에서부터 차가 나라미를 서 있다. 연도에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으면 게다가 차를 주차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 내려서 걸어 올라가는 등산객 모태 일대 아수라장이었다. 주차장에 차가 한 대 빠져야 하나가 새로 들어갈 판인데 진달래놀이 하러 온 차가 금방 빠질 리가 없다. 접근도 못하고 돌아 내려오면서 스스로 짜증이 났다. 이 게으름이라니! 그리고 일주일 후에 아예 밤에 길을 떠났다. 도착해서 차에서 잠을 잘 생각이었다. 밤을 달려 비슬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이..

복사꽃 필 무렵

전쟁에 패한 장수가 낙향해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마지막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꽃 복사밭 건너 논에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산하 서양의 이상향은 유토피아, 동양은 무릉도원(武陵桃源). 복사꽃 만발한 선계 같은 곳이다. 가장 아름답다는 꽃중의 꽃 복사꽃. 삼국지에서도 가장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도원결의. 내 유년시절에도 시냇가나 산기스락, 밭두둑 언저리 등에 아무렇게나 서 있던 개복숭아나무에 분홍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철이면 어린 심정에도 ‘아름다운 세상’의 한 순간을 느끼곤 했다. 예로부터 집안이나 우물가에 복숭아나무 심는 것을 금기했다고 하는데 귀신을 쫓는다는 부적의 영물이라서가 아니라 그 꽃의 아름다움에 부녀자들이 바람나는 걸 단속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앵두나무 우물가의 동네처녀도 바람이 나거늘 복..

대구 이월드 벚꽃이 절정

다시 벚꽃의 계절. 이번엔 대구를 갔습니다. 이제 전국 어디나 벚꽃 명소 아닌 데가 없으니, 집에서 가까운 청풍호수도 화려한 벚꽃의 으뜸을 자랑하고 괴산 읍내에도 조촐하지만 벚나무 가로수가 있어 그 정취가 그만이지만. 사람 심리가 그래도 집에서 어느 정도는 멀리 가야 여행이라는 기분을 느끼니 올 벚꽃은 유명한 대구의 E월드에서 맞습니다. 워낙 짧은 개화기간이라 한 주 전엔 덜 피었고 담 주엔 다 져 버릴 것이기에 아주 제때 잘 찾아간 것 같습니다. ‘E월드벚꽃’이라 하지만 E월드는 놀이공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월드'지만 어른들에겐 그닥 재미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여유롭게 산책하며 둘러볼 만한 공원이기도 합니다. (이랜드의 계열사라 공연히 걸쩍지근한 기분이 들고) 벚꽃을 목적으로 간다면 이월드에 ..

공곶이 노란꽃 수선화

참 멀기도 한 거제도, 그러고도 그 끝. 해남에 땅끝이 있어 뭍의 최남단이라 하지만 거제도 공곶이로 가기가 훨씬 시간이 걸린다. 꼭 목적지가 아닌, 가는 노정이 더 행복한 여행길인 것이다. . 봄 가득한 들판 저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그렇다. 샛노란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명세는 있지만 그 명성만 듣고 허위허위 들르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민 정원도 아니다. 노부부가 오래전부터 취미로 가꾼 수선화를 혼자 보기 아까워 대중에게 개방했다 한다. 그간은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숲이었다가 2005년 상영 영화 의 촬영지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새초롬한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명세는 있지만 그 명성만 듣고 허위허위 들르면 약간은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