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삼척 두타산 베틀바위

설리숲 2025. 12. 25. 12:15

 

아, 드디어 베틀바위.

감격이다.

 

 

 

내가 한낱 바윗덩어리에 감격한 것은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을 이제나저제나 벼르다가 만났기 때문이다.

두타산의 험준함을 진작 알았기에 무더운 여름에 오르기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가을을 기다렸는데

그 여름이 끝나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드디어 가을이 시작되더니 이내 지루하게 내리는 비.

강원도 영동지방은 한 달 이상을 비가 내렸다..

한번은 못 참고 두타산을 갔더니 위험하다고 입산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 비가 그치기까지 참 오랜 나날을 기다리다 이제 맑은 하늘을 이고 베틀바위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이 귀한 산행이 감격스러운 것이다.

날마다 무심히 누리던 것의 존재는 그것이 없을 때 진정 소중함을 새삼 알겠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다.

냉랭한 숲길을 걷는다. 그래도 오랜만의 햇살이 아름다운 날이다.

여기는 무릉계곡이다. 정말 아름다운 절경의 명승지에만 붙이는 이름이다.

 

 

 

무릉계곡은 쌍폭포까지의 길이다. 산자수명한 계곡과 물의 고명한 화려함.

물도 적당해 가장 좋은 풍경을 누린다.

 

보통의 관광객들은 이곳까지 다녀간다.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험한 준령이라 체력 깨나 필요한 산행이다.

진정 산을 좋아하고 산행을 즐기는 진짜 산사나이들이 선호하는 길이다.

 

 

 

두타산협곡 마천루.

베틀바위와 함께 내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잔등에 땀이 맺히는 등반에도 가을의 절정이라 그 풍경이 주는 힐링의 힘으로 가뿐한 산행을 즐긴다.

그래도 예전의 가을처럼 아름답다 하지는 못하겠다.

단풍은 물들기 전에 이미 시들고 있다. 모든 수목이 다 한가지다.

앞으로 우리 생애에 곱고 화려한 단풍은 없을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베틀바위 앞에 도달했다.

내가 여름 가을 내내 보고싶어 했던 베틀바위.

이 자연을 표현하는 어떤 낱말이 필요할까.

그저 보고 느끼는 것 외엔 쓸 말이 없다. 카메라도 그것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

 

 

 

 

한참을 그곳에 앉아 있다가 천천히 하산한다.

길은 저 베틀바위 벼랑 아래로 조붓하고 험하게 나 있다.

시간은 벌써 저녁나절이다.

노란 햇살 쏟아지는 나른한 가을 오후다.

 

 

 

 

그리고 삼화사.

늦은 시간인데도 인적이 많다, 곧 넘어갈 듯 해가 준령 봉우리 위에 걸려 있었다.

 

 

 

겨울엔 따끈한 파전 한 장에 막걸리 한 병 들고 들어가 산을 즐기고 싶다.

 

 

날이 춥다.

몸은 더워도 손이 시리고 귀도 시렸다.

여름은 길고 겨울은 너무 빨리 다가왔다.

버버리 프렌치코트 입고 그녀의 창밖에 서서 머플러 휘날리며 청승도 떨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안 주고 가을이 불과 며칠 만에 가 버렸다.

 

 

 

 

 

       에머슨 레이크 팔머 :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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