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동강 그리고 칠족령

설리숲 2024. 8. 15. 19:54

오래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강댐 건설이 기획 단계에서 백지화되었다.

가끔 동강 길을 갈 때마다 얼마나 그게 잘한 결정인지 절감하곤 한다.

 

세상이 파괴의 시대에 들었어도 이 강은 여전히 태초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정선에 살 때만 해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오지였는데 지금은 래프팅을 비롯해 전국에서 트레킹족들이 많이 찾아오는 동경의 땅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나마 환경이 덜 훼손된 우리 최후의 오지로 남았으니

지나고 생각하면 동강댐 건설계획은 엄청난 파괴의 음모였다.

 

 

칠족령을 올랐다.

문희마을 쪽에서 백룡동굴을 지나 오르는 코스가 있어 보통은 그리로 드나들지만 나는 연포마을을 들러 그 너머 반대쪽으로 올랐다.

 

아찔한 뼝대 위 벼룻길을 걷는다는 건 탐험의 길을 나선 모험가처럼 가슴 떨리는 일이다.

더구나 뼝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깊고 파란 강물의 풍경이란.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는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경이로운 대자연이다.

온몸은 땀으로 물초가 되었어도 눈호강만으로도 살아 있다는 행복으로 충만하다.

 

 

 

 

 

 

 

 

 

 

 

 

 

 

 

 

 

 

 

 

 

 

 

 

 

 

 

 

 

 

 

 

동강의 물길은 거대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벼룻길에서 내려와 들어선 강변은 또 다른 아기자기한 풍경들이다.

강은 사람들도 깃들어 살고,

각종 야생화와 길짐승 날짐승, 수서생물들의 보고다.

한 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으니 이 모든 것들이 두려움 없이 내 가까이로 다녀가곤 했다.

 

 

 

 

 

 

 

 

 

 

 

 

 

 

 

 

 

 

 

 

 

 

이대로 며칠이고 꼼짝하지 않고 정신을 놓은 채 굳어 버려도 좋으련만.

저 산이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하 듯,

강은 또 네 집으로 돌아가라 지청구한다.

정신줄은 그 강물에 던져 놓고 빈 몸만 돌아왔다.

 

물을 따라 휘돌아 내려오다 필시 충주로 내려올 테니 어느날 강에 나가 떠내려온 내 정신줄을 건져 오면 될 일이다.

 

 

 

 

 

 

사라 브라이트만 : Dust In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