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오지로의 여행, 정선 덕우리

설리숲 2024. 6. 5. 12:38

 

어천은 깊은 산골을 굽이굽이 돌아 조양강으로 흘러들고

조양강은 굽이굽이 돌아 흘러 동강이 된다.

 

어천이 지나는 정선 덕우리 일대는 지금도 오지에 속한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고 그 장남인 이황이 이곳으로 유배되었다고 하니 그때는 오죽했을까.

제주도 추자도 등 절해고도만큼 깊은 오지였을 걸 미루어 짐작하겠다.

 

정선에 십 몇 년을 살면서도 인근인 이곳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이 오지였으니 굳이 인근 오지를 갈 일이 없었다.

에전엔 전기가 들어오는지가 오지를 정하는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전기 안 들어오는 마을이 거의 없다.

전기가 있어도 이 덕우리 마을은 여전히 오지라 하기에 충분하다.

 

 

 

 

 

근래 이곳이 유명해진 건 원빈의 결혼식과 <삼시 세끼> 촬영지의 명성 때문이다.

이 트레킹 길은 여러 번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푸른 물과 정선 특유의 지질인 뼝대의 절경을 체험하는 길이다.

 

이 구간은 전봇대가 없다. 차도 들어올 수 없고 오로지 사람과 짐승들의 발로만 다닐 수 있다.

비라도 내려 징검다리가 잠기면 그나마도 다닐 수 없다.

이만하면 오지 아니겠는가.

 

 

오월이라 세상은 온통 초록 일색이다.

불현듯 나타난 청의학인(靑衣學人)이 절벽을 날아오를 듯한 선계의 풍경이다. 학인은 없어도 흰 황새들이 초록을 배경으로 날고 있기는 하다.

 

 

 

 

 

 

 

 

 

 

 

 

 

 

 

 

 

 

 

 

 

 

 

 

 

 

 

 

 

 

 

 

 

 

 

 

 

 

 

 

 

 

 

여기가 그 유명한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했다는 보리밭이다.

원빈.

그가 정선 태생이고 그것도 내가 살던 여량 출신인 걸 나중에 알았다.

보리밭 결혼식은 정말 화제였다.

제일 가는 두 스타의 결혼이니 당연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호화결혼 대신 검소한 스몰웨딩을 올렸다는 데 그 칭찬이 자자했다.

 

태클을 걸고 싶진 않지만,

돈과 명성과 인지도 등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의 스몰웨딩은 칭송을 받는다.

왜 안 그러겟나. 호화결혼을 해도 되는데도 그리 검소한 인성이라니.

 

근데  '있는 사람들'이 그러니까 멋있어 보이는 거지 나처럼 가진 것 없는 서민이 외진 강가 보리밭에서 그런 빈한한 결혼을 한다면 얼마나 초라하고 불쌍해 보일까.

 

 

 

 

 

 

 

 

 

 

  캐서린 젠킨스 : Morning Has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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