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무주 구천동 어사길

설리숲 2024. 6. 13. 11:31

 

더워요.

 

이젠 본격적으로 한여름입니다. 숲의 녹음도 검푸르게 짙어져 갑니다.

여름은 역시 이 우거진 숲을 향한 동경이 커지는 철입니다.

 

 

 

 

 

 

 

 

 

 

 

 

 

무주 구천동계곡.

 

계곡을 끼고 백련사까지 들어가는 트레킹 길을 걷습니다.

어사길이라고 하네요. 방방곡곡 어딜 가나 무슨 무슨 이름 붙인 길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여긴 어느 소설에서 박문수가 지나갔다고 해서 지었나 본데 그런 거 별 의미는 없습니다.

김호중이 걸으면 김호중길이 되기도 하니까.

 

 

어쨌든 무주구천동 하면 예전부터 워낙 명성 높은 계곡이라 그 수려함은 말할 게 없습니다.

우거진 숲에, 무엇보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이 이곳의 절경입니다.

 

길은 시종 물길에서 한번도 멀어지지 않아 내내 물소리 청아하니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입니다.

 

한동안 가물어 현재 수량이 풍부하진 않습니다.

 

 

 

 

 

 

 

 

 

 

 

 

 

 

 

 

왕복 12km 정도 되니 힁허케 걸으면 3시간길어야 4시간이면 도다녀올 수 있는 거리지만 보이는 물가마다 들어가 앉아 지정거리다 보니 하루를 오롯이 다 씁니다.

 

물과 폭포들이 그리 유혹합니다.

세속의 때가 묻은 손을 차마 담그기 미안하게 물이 맑고 깨끗합니다.

 

 

 

 

 

 

 

 

 

 

 

 

 

 

 

 

 

 

 

 

 

 

 

 

 

 

백련사에 다다랐습니다.

여기가 어사길의 끝입니다. 여기서 더 가면 향적봉이지만 거기로 오를 생각은 애초 없었습니다.

 

산문에 들어서니 그제야 물소리 끊어지고 귀가 먹먹하게 적요합니다.

이 도량에 들어서기까지 오늘 내 귀는 얼마나 소음에 시달린 건지. 이제 적요한 세계에 들어오니 그렇게 깨달아집니다.

 

선한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 하듯 좋은 소음을 백색소음이라 합니다.

물소리는 귀거친 소음이 아니니 백색소음이지만 이쯤 되면 고요가 얼마나 사람에게 필요한지도 알겠습니다.

 

 

 

 

 

 

 

 

 

백련사는 그냥 한 바퀴 휘 둘러보는 걸로 대신합니다.

이번 가을이 오면 또 올 생각입니다.

그날은 이 도량에서 반나절은 보낼 겁니다.

 

 

 

 

 

 

 

 

 

 

 

내려오는 길은 어사길 말고 포장된 도로로 내려옵니다.

포장길이라 해도 경관은 더 아름답고 또 인적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한적한 걷기입니다.

사찰에서 관리하는 차가 두어 번 지나갈 뿐입니다.

가을에 단풍 들면 참으로 멋진 길일 것 같아 벌써 설레고 마음은 이미 가을을 앞당기고 맙니다.

 

 

소는 지금은 저렇게 푸른색이 잠겨 있지만 가을엔 붉은색이 담기겠지요.

 

 

 

 

 

 

 

 

속세로 돌아왔습니다.

 

 

첫 폭염주의보가 내렸으니 이제부턴 길고 지루한 염천의 나날들입니다.

이 여름, 나도 어찌어찌 잘 넘기게 되겠지.

매년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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