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하이원 샤스타데이지

설리숲 2024. 6. 26. 23:21

 

이맘때면 하얀 물결이 눈에 선합니다.

그 하얀꽃 샤스타데이지를 만나러 정선 하이원엘 올랐습니다.

몇 해 전에 평창 육백마지기의 하얀 평원에서 감동한 경험이 있던 터.

 

 

 

 

 

 

 

데이지 군락지로 가는 거리가 꽤 되어 보통은 저런 카트를 타고 갑니다.

백 명 중 아흔아홉 명은 그럴 겁니다.

카트 이용료가 5만 원이에요. 제주 왕복비행기값보다 비쌉니다.

 

나는 걸어가기로 합니다. 명색이 걷기카페 회원인데 뭘 타고 간다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 그 돈으로 나중에 맛난 걸 사 먹는 게 이득이예요.

 

지하철을 탈 때 가끔 다리가 아플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안 타려는 똥고집이 있습니다.

 

 

 

 

걸어가는 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각종 꽃들이 질펀합니다.

이걸 외국 풍물처럼 멋지게 사진 찍고 싶었는데 영 그림이 안 나옵니다.

 

 

 

 

 

 

이렇게 걸어가는 동안 더러더러 알프스 같은 풍경이 나오기도 해요.

 

 

 2키로 정도 내려오면 드디어 샤스타데이지 군락이 한눈에 보입니다.

실망이었어요.

멀리서 보는 전경이 초록색이예요. 데이지 꽃이 깔렸다면 하얀색이어야 합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원이 그랬으니까.

그 흰색 평원을 보며 감동했던 눈에 이곳의 풍경이 적잖이 실망스럽습니다.

 

 

 

 

때가 이울었는가. 꽃잎이 많이 졌어요.

설사 꽃잎이 절정이었어도 육백마지기의 그것에는 못 미칠 터입니다.

 

 

 

 

 

 

 

 

 

 

이곳 데이지 군락지는 규모가 방대해서 끝에서 끝의 거리가 1키로가 넘습니다.

 

첫인상은 실망이었지만 아직은 남아 있는 꽃송이들과 질펀하게 무리 지어 핀 구역도 있어 제법 볼만합니다.

 

 

 

 

 

 

 

 

 

 

 

 

 

 

 

 

 

 

 

 

여기에 파란 드레스와 흰 모자를 쓴 여인네 두엇이 들어간다면 금상첨화.

가끔 보는 유럽의 명화 속의 풍경이 될 것도 같습니다.

 

 

 

 

 

 

또한 지금은 금계국의 계절. 내 좋아하는 노랑색.

노랑과 하양이 뒤섞인 들판 정경은 처음의 실망을 다 보상해 주었습니다.

 

 

 

 

 

 

 

 

 

평일이라 방문객이 많지 않아 꽤나 호사스러운 풍경들을 누립니다.

나올 때는 둘레길 4코스라고 명명된 숲길로 나왔습니다.

 

 

 

 

 

 

여름이 좋은 숲,

그리고 꽃의 향연.

 

그래도 더운 건 어쩔 수 없어요.

속으로는 어서 가을이 오기를...

 

 

 

 

 

           차이코프스키 : 꽃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