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하얀 물결이 눈에 선합니다.
그 하얀꽃 샤스타데이지를 만나러 정선 하이원엘 올랐습니다.
몇 해 전에 평창 육백마지기의 하얀 평원에서 감동한 경험이 있던 터.
데이지 군락지로 가는 거리가 꽤 되어 보통은 저런 카트를 타고 갑니다.
백 명 중 아흔아홉 명은 그럴 겁니다.
카트 이용료가 5만 원이에요. 제주 왕복비행기값보다 비쌉니다.
나는 걸어가기로 합니다. 명색이 걷기카페 회원인데 뭘 타고 간다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 그 돈으로 나중에 맛난 걸 사 먹는 게 이득이예요.
지하철을 탈 때 가끔 다리가 아플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안 타려는 똥고집이 있습니다.
걸어가는 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각종 꽃들이 질펀합니다.
이걸 외국 풍물처럼 멋지게 사진 찍고 싶었는데 영 그림이 안 나옵니다.
이렇게 걸어가는 동안 더러더러 알프스 같은 풍경이 나오기도 해요.
약 2키로 정도 내려오면 드디어 샤스타데이지 군락이 한눈에 보입니다.
실망이었어요.
멀리서 보는 전경이 초록색이예요. 데이지 꽃이 깔렸다면 하얀색이어야 합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원이 그랬으니까.
그 흰색 평원을 보며 감동했던 눈에 이곳의 풍경이 적잖이 실망스럽습니다.
때가 이울었는가. 꽃잎이 많이 졌어요.
설사 꽃잎이 절정이었어도 육백마지기의 그것에는 못 미칠 터입니다.
이곳 데이지 군락지는 규모가 방대해서 끝에서 끝의 거리가 1키로가 넘습니다.
첫인상은 실망이었지만 아직은 남아 있는 꽃송이들과 질펀하게 무리 지어 핀 구역도 있어 제법 볼만합니다.
여기에 파란 드레스와 흰 모자를 쓴 여인네 두엇이 들어간다면 금상첨화.
가끔 보는 유럽의 명화 속의 풍경이 될 것도 같습니다.
또한 지금은 금계국의 계절. 내 좋아하는 노랑색.
노랑과 하양이 뒤섞인 들판 정경은 처음의 실망을 다 보상해 주었습니다.
평일이라 방문객이 많지 않아 꽤나 호사스러운 풍경들을 누립니다.
나올 때는 둘레길 4코스라고 명명된 숲길로 나왔습니다.
여름이 좋은 숲,
그리고 꽃의 향연.
그래도 더운 건 어쩔 수 없어요.
속으로는 어서 가을이 오기를...
차이코프스키 : 꽃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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