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동쪽 바닷가 벼랑에 육중한 성이 있어 매미성이다.
태풍 매미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바위에 쌓은 성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기를 반복한 것이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디자인이나 규모 등 설계도 한 장 없이 무계획적으로 쌓아 올렸다고 한다.
연 사흘을 비가 지짐거리더니 휴가 마지막 날 비로소 세상이 열렸다.
전날 저녁과는 극과 극으로 달라 하늘은 파랗게 높고 바람 한 점 없었다.
짙은 바다는 점잖고 웅숭깊었다.
우뚝 솟은 성채 아래서 밝은 봄날의 진수를 느낀다.
날마다 맑은 날이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 끝에 맞는 날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국사람들이 모처럼 해 뜨는 날이면 죄다 웃통 벗고 뛰어다닌다니 그 심정 충분히 공감한다.
한국 속의 유럽풍.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이 매미성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백순삼 씨는 지금도 조금씩 성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공식 관광지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외국에서도 한국의 관광명소로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은 논란이 많다.
사유지가 아닌 자연을 무단으로 훼손했다.
불법 건축물이라 관광지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다.
하늘도 바다도 성벽도 아름다운 날.
매미성으로 가는 길목엔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베이커리, 액세서리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핫플레이스였음을 알겠다.
이런 풍경 속을 거닐며 문득 마스카니 오페라가 생각났다.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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