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동두천 외국인관광특구

설리숲 2022. 7. 19. 21:39

 

옛날에는 양공주거리라고 했다지요.

양공주 양색시 양갈보 유엔마담 히빠리...어느 단어를 써도 민망하고

부끄러워 잊고 싶은 과거지만 그래도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기도 합니다.

 

기지촌이 있는 지역은 다 그런 어두운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자란 춘천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캠프페이지가 있어서 내 고등학교 모교 바로 앞 골목이 공주거리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힐 일입니다. 학교 앞에 공주거리라니!

 

 

 

 

 

 

 

 

 

 

 

 

 

동두천 보산동의 그 양공주거리가 지금은 이름과 형태를 바꿔 <동두천관광특구>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가장 번화한 경제중심지였다고 합니다. 주민의 40%가 외국인이라서 말 그대로 한국 속의 외국이었다고.

미군 클럽이 56개 업소나 되었다고 하니 정말 굉장했나 봅니다. 지금도 클럽 간판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90년대 이곳을 '외국인관광특구'로 지정하여 관광산업의 플래트홈으로 새출발했다 합니다.

옛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고자 전략적으로 공방들을 입주시켰습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미군감축정책으로 많은 미군들이 떠나고 지금은 그 3분의 1정도 된다 합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 창궐로 상권이 치명적으로 몰락하여 지금은 그 낡은 건물들과 더불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많던 공방들도 간판들은 여전히 수두룩하지만 대부분 임시휴업 혹은 폐업 상태입니다.

 

여전히 주민들은 외국인이 많고 맥주집에도 피자집에도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 군사도시의 교통표지판.

 

 

예전부터 우범지대로 악명높은 곳. 지금도 가끔 사건사고로 뉴스에 나오는 곳이어서 구석구석 유난히 카메라가 많아요.

 

 

 

 

 

 

 

 

 

 

 

 

 

 

 

 

 

 

 

 

 

 

역사는 그렇더라도

독특한 거리 풍광이 낯선 이방인에겐 좋은 뷰가 됩니다.

아픈 상처도 있고 여전히 완치는 안 되어 있어 마음은 어쩐지 편치 못합니다.

어쨌든 관광명소로 동두천시가 홍보하는 곳이기도 하니 괜한 자격지심은 버려도 될 듯합니다.

 

밝은 날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장맛비 추적거려 그 우중충함이 더한 날입니다.

 

 

 

 

 

            타코 : Puttin’ On The R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