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주 막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혹 뜬금없이 지중해가 생각나지는 않는지.
그럴 때 여기로 오세요.
여기는 아산 탕정면,
유명한 지중해마을입니다.
이 일대는 원래 포도농산지였는데 2005년부터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이 마각의 손을 뻗기 시작했다 합니다.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할 게 없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라는 대규모 단지건설이 추진되고 시행되면서 주민들은 정든 마을을 잃게 되었습니다.
찬성과 반대, 보상협의, 어느결에 돈냄새를 맡고 몰려든 외지인들.
농사 밖에 모르던 무지렁이 주민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고향을 버릴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64명의 주민들은 의기투합하여 대책을 강구한 결과가 현재의 ‘지중해마을’입니다.
어리숙하고 미숙한 사람들이었기에 수많은 난관과 시행착오가 있었답니다.
오로지 막연한 꿈 하나로 버티며 아산시와 삼성과의 투쟁, 그리고 협력으로 점철된 인고의 날들을 지나 2013년에 꿈같던 64동의 집이 준공되고 감격의 입주를 하게 됩니다.
정식 이름은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 (Blue Crystal Village)라 합니다.
푸른 수정 마을?
어쨌든 통상적으로 지중해마을로 불립니다.
이름은 푸르지만 기실은 ‘하얀 마을’입니다.
모든 집이 흰색입니다. 햇빛 밝은 이런 날은 다욱 더 눈이 부십니다.
당연 이그저틱 뷰(Exotic View)입니다.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이 눈부신 산토리니, 비밀정원의 아늑함 프로방스, 장대한 열주들이 특징인 파르테논을 모티브로 한,
한국적인 요소는 전혀 없는 완벽한 유럽풍 마을입니다.
저만치 푸른 바다가 있었다면 영락없는 ‘지중해마을’.
다만 열병하는 병사처럼 질서정연하게,
예전 강원도 산촌의 독가촌처럼 똑같은 구조의,
탄광촌 관사처럼
천편일률적인 모양새의 건물집단이 자유와 여유가 없어 보이는 게 옥의 티랄까.
물론 한번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에게 그런 것은 보일 리 없고,
생경한 풍광이 그저 아름답겠지만요.
관광용이 아닌 특정한 사람들의 실제 주거를 위해 조성된 마을은 남해의 독일마을이 유명하지요.
둘 다 독특한 분위기와 이국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눈부신 햇빛 쏟아지는 이 거리를 디테일하게 구경하며 걷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나 조형물들이 하얀 외벽과 어울리게 장식돼 있습니다. 카페거리라 할 정도로 찻집들이 즐비합니다.
이그저틱한 이런 풍경도 나는 아주 좋아합니다.
멀리 프로방스나 산토리니는 못 가지만 이 작은 유럽에서 그 풍취를 한껏 누려 봅니다.
Pussycat Dolls : S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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