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청호수 호반낭만길

설리숲 2022. 1. 26. 23:35

호수의 고요함은 여름보다는 가을이,

가을보다는 겨울이 으뜸입니다.

 

이른 새벽 자욱한 물안개를 보는 게 내 소박한 로망의 하나지만

원래가 아침 잠이 많고 게으른 탓에 동트기 전 호숫가에 닿아 서는 게 요원합니다.

 

비록 새벽 물안개는 못 보지만 거울처럼 맑고 투명한 호수의 바람이 소슬하게 가슴에 들어옵니다. 알싸한 그 느낌에 머리가 선득해집니다. 기분 좋은 선득함입니다.

 

 

대청호 둘레 거리가 5백 리라고 하는데 언제 시간적 여유가 되면 그 모두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그날은 가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5백 리 여러 구간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찾는다는 4구간 <호반낭만길>을 이번에 둘러 봅니다.

과연 그 이름에 어울리게 낭만적인 호반의 정취가 가득합니다.

날이 제법 추워서인지 사람들의 인적도 없는 고즈넉하고 적요한 호숫가의 아침입니다.

 

 

 

잔잔한 호수는 새들의 천국입니다.

홀로 걷다 보니 이 대자연의 풍경 속에 들어 있는 내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아닌, 그들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지 못하는 오발탄 같은 존재인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히 침잠하기에는 호수만한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호수가 깊고 넓으면 더 좋고 풍광까지 아름다우면 금상첨화겠지요.

그게 대청 호반입니다.

 

어느새 겨울도 이만큼이나 가 버렸고 춥니 어쩌니 해도 다음 주엔 입춘이니 강이 풀리듯 이미 마음은 성급하게 계절을 뛰어넘어 봄꿈을 꾸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중 : 아침의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