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2월, 무주 금강변을 걷다

설리숲 2022. 2. 21. 23:23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시간은,

손짓해 나를 부른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시간은 그저,

바다로 가는 강물처럼 속절없이 흐른다.

 

   -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노래 <Time> 노랫말 중에서

 

 

 

 

 

 

 

 

차를 타고 휙휙 지나다니며 보던 금강변.

이번에 그 유장한 물줄기를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이었다.

메마른 흙먼지 흩날리는 고적한 이런 계절엔

생명력 충만한 기운을 느끼러 강변으로 가자.

 

그곳 서덜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강물과 세월이 더불어 유장하게 흐르는 삼라만상을 느낀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여울져 흐르는 물은 사실은 하루 종일 강안의 모든 것들과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엔 증발하여 사라지겠지.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니고 애매한 계절이다.

마치 목적 없이 길을 나서 서성거리는 나그네 발걸음 같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내 유년시절의 개울가에도 모래톱이 있었다.

참말 햇빛을 받으면 반짝였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톱은 아이들의 꿈 가득한 빛나는 놀이터였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고, 설령 돌아간대도 그 반짝이던 모래는 없으리라.

격랑의 세파에도 아직도 남아 있는 금강변의 이 모래톱들.

환하게 빛나는 모래 위에 꼬마 하나 앉아 있다. 저게 나였던가.

나는 얼마나 많이 걸어왔는가.

 

 

 

 

 

 

 

 

 

 

 

 

 

 

 

 

 

 

 

 

 

 

 

 

천천히 걷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반가운 봄.

아직은 마른 바람이 해묵은 낙엽 쓸고 가는 쌀쌀한 날이어도

스스로 때를 알아 수줍지만 새초롬하게 돋은 생명들.

머지않아 웬수 같은 존재가 될 풀이지만 지금은 귀하고 예쁜 사랑들.

 

 

 

 내일은 어디서 서성거리나

 

 

 

 

 

백창우 : 그대 오늘은 어느 곳에서 서성거리는가

 

이 노래를 이제 내 주제가로 정하려 한다.

자주 흥얼거리기도 하겠지.

기타 반주도 저 정도 난이도면 따라할 수는 있겠고,

백창우는 싱어송라이터라지만 가수라기보다는 시인이라 그닥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니 내가 저것보다 못하지는 않겠고

아주 가끔은 기타 치며 고래고래 소리쳐 부를 기회가 더러 있을까.

 

 

 

 

 

   그대 오늘은 또 어느 곳을 서성거리는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세상 어느 곳을 기웃거리는가

   늘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는 그대
   그대가 찾는 건 무엇인가

   한낮에도 잠이 덜 깬 듯
   무겁게 걸어가는

   그대 뒷모습을 보면

 

   그대는 참 쓸쓸한

   사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들고 다니는
   그대 낡은 가방 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소주 몇 잔 비운 새벽에는

   무척이나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대
   가끔씩은 그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대 눈 속에 펼쳐진 하늘
   그대 가슴 속에 흐르는 강물

 

   바람인가, 그대는

   이 세상을 지나는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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