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소녀와 가로등

설리숲 2021. 2. 5. 19:58

 

 

춘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같은 관내에 있는 남이섬을 한번도 가 보질 않았다.

춘천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이섬이 유명해졌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춘천에 일본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중앙시장과 명동거리에는 일본 글씨들이 난무하고 일본 노래들도 간간이 들렸다.

 

남이섬은 인산인해, 유명세에 휩쓸려 덩달아 한국 사람들도 몰려들었다.

남이섬 선착장 소재지인 가평군도 어부지리로 관광수익을 올렸다.

이것이 한류의 시작이었다.

 

우리의 욘사마와 지우히메가 정말 빛나는 업적을 이루었다.

 

나 그로부터 어언 20여년 후에 처음 이 섬에 들어오다.

흰눈이 있는 풍경은 <겨울연가> 서정을 만끽하기에 좋았다.

 

 

 

제목은 소녀와 가로등이라고 적어 놓고 생뚱맞은 남이섬이라니!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장덕.

남이섬에 그의 노래비가 있다.

사망하기 전 장덕은 남이섬에서 촬영한 <구리반지>라는 드라마에 출연했었다. 유족 조카에 의해 유해가 남이섬 강물에 뿌려졌고 얼마 전에 노래비도 건립되었다.

 

오늘 2월 4일은 장덕의 31주기다.

젊어서 간 탓에 예쁘고 발랄한 소녀 모습으로만 영원히 남아 있다. 61년생이니 살아 있다면 올해 환갑이다. 나보다도 늙었다. 그래도 늙은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고인에겐 일말의 위안이 될까.

 

 

 

<소녀와 가로등>은 그녀의 인생곡이면서 노래를 부른 진미령에게도 인생곡이 되었다. 작곡가 본인도 이 노래를 불렀는데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인 음악성에 비해 노래 솜씨는 그만큼 못 미치는 것 같다. 진미령의 노래는 정말 최고다.

 

노래는 좋은데 남이섬의 풍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풍경에 조용한 밤이었어요 너무나 조용했어요 창가에 소녀 혼자서 외로이 서 있었지요... 는 좀 아닌 듯싶다.

 

 

 

 

 

 

장덕 작사 작곡 노래 : 소녀와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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