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광주 청춘발산마을

설리숲 2020. 5. 17. 22:44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중략)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람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 민태원 <청춘예찬>중에서


 

광주의 달동네 중의 하나 양동.

달동네는 으레 그렇듯 서민과 빈민층의 애환이 연상되고 실제로도 그런 곳이다.

광주천변의 이 달동네도 흥성거리던 한 시절이 있었다. 개천 건너편에 방직공장들이 서면서 각지에서 몰려든 젊은 여공들이 이 동네에 터전을 잡고 청춘을 보냈다.

세월을 따라 공장들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져 떠나갔다. 또 극히 일부는 동네에 남아 주민이 되었다. 아마도 옛 영화를 추억하며 세월을 낚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허허로운 달동네에 다시 생기를 넣으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한 골목길에 인적을 들이고자 하는 일종의 부흥운동이다.

골목을 정비하고 예술성을 가미한 인테리어로 리모델링하고 부족한 부분은 벽화를 그려 넣었다. 이른바 청춘발산마을이라는 테마를 설정하였다. 주민을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는 취지다.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은 꽤나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어 있는 슬럼가의 자취는 어쩔 수 없어 애잔한 슬픔이 인다. 여수의 고소동도 그렇고 서울 이화동에서도 느끼던 똑같은 감정이다.

그냥 그대로 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를 비롯한 호기심 어린 관광객들 카메라 메고 이곳저곳 들쑤시며 들락거리면 주민들은 불편하다. 관광객이야 평생에 한 번 다녀가면 그만이지만 주민들은 매일, 종일토록 불편하지 않겠는가.

 

어디에도 발산하는 청춘을 느끼지 못하겠다. 그렇게 이름을 붙인 애절함이 또한 안쓰럽다.

그저 세월 가는대로 내버려두면 될 것을.

 

어쨌든 봄,

5월이다.

그야말로 청춘의 계절이다.

내일은 5·18 40주년 되는 날이다. 5·18과 이 마을 방문은 전혀 관련이 없다. 다만 40년 전의 그 봄날에도 그 청춘들의 가슴은 펄떡이고 있었을 것이며 그 뜨거운 청춘을 바친 고귀한 넋에 가슴이 미어진다.

 

 

 

 

 

 

 

 

 

 

 

 

 

 

 

 

 

 

 

 

 

청춘을 발산시키려는 작업은 현재도 한창 진행중이다.

 

 

 

 

 남의 귀한 이름을 가지고 웃을거리로 삼는 게 미안한데... 이 분은 평생을 계산적으로 사셨을 듯...

 

 

 

 

 

 

 

 

 

 

 

 

 

 

 

 

 

 

 

 

 

 

 

 

 

       로이 클락 : Yesterday When I Young

 

 

 

이병헌 수애 주연 영화 <그 해 여름>에서도 대학생들의 민주화시위가 중요 미장셴이다.

어디 가지 말고 이 자리 그대로 서 있으라고 외치면서 이병헌은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쏟아지는 최루탄의 공포에 수애는 골목으로 피신하고 만다. 이병헌이 그곳으로 돌아왔지만 수애는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영원한 이별이었다.

'이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대사는 세월호의 비극을 떠올린다. 선장의 그 자리에 있으라는 지시에 따랐던 어린 생명들의 무고한 죽음.

 영화 흐르던 로이 클락의 노래를 우정 선곡하여 포스팅한다.

 

짜장 봄은 청춘의 계절이 아니고 잔인하고 우울한 계절이려고 한다. 

5·18, 세월호, 그리고 코로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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