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나키스트, 즉 무정부주의자다. 이제껏 투표를 해 본적이 거의 없다.
‘거의’라고 한 건 한 번도 안 했다는 게 아니고 딱 한번 했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다. 문재인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박근혜가 당선되는 참사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박이 대통령이 됐고 우려대로 나라가 개판이었다.
이번에 사전투표했다. 일생 두 번째고 국회의원선거는 처음이다.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 후보 곽상언이다. 그에 대해선 아는 게 전혀 없다.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단지 노무현 사위라는 것 하나만 보고 투표했다.
내가 존경하고 세상 유일한 정치인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노무현이다. 문재인은 정치적으로 신뢰는 하지만 노무현은 인간적으로 신뢰한다. 그의 가족이라면 나는 무조건 믿는다. 무정부주의의 평생 신조를 한 번 정도 버린다고 큰일 나는 것 아니다.
아나키스트에게도 최고의 선은 정의다.
오늘 괴산읍 골목에서 곽상언 후보와 그의 부인을 만났다. 선거운동 중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저만치 서 있던 가시버시가 나를 보고는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노정연 씨가 명함을 준다. 노무현의 딸이다. 그녀를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아 노무현.
최근의 여론은 초박빙으로 그 결과도 초관심사다. 곽상언이 당선돼도, 또 낙선돼도 그때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공개를 해도 선거법에 저촉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내게 투표는 다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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