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화개 십리벚꽃길

설리숲 2020. 3. 30. 23:02

 

 

벚꽃 제일의 명소라 할만 한 진해를 가고 싶었다. 왜 한번도 안 갔는지 모르겠다, 이제껏 바빠 본적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 작년엔 벼르고 별러 구체적인 일정으로 지인과 같이 가기로 약속까지 해 놓았었는데,

그만 입원과 수술로 황금 같은 봄날을 저버리고 말았다. 퇴원하고 보니 봄날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의 지인들도 의리를 지켜 벚꽃놀이 저버리고 문병을 와 주었다.

속상해라. 내년엔 기필코,

했더니 이 봄엔 창궐한 코로나가 또 막는다. 창원시는 경해역과 여좌천 일대를 원천봉쇄했다고 한다. 군항축제는 취소했어도 상춘객들은 여지없이 몰려들 것이니 내린 고육지책이다. 잘한 일이다.

마는 나는 또 속상하다. 또 내년으로 미루기다. ‘머나먼 쏭바강도 아닐진대 이렇게 도달하기가 힘들어서야 원. 내년에 별일 없이 그곳에 가게 되면 정말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감격으로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화개(花開).

꽃이 피는 마을이라니

 과연 매년 이맘때면 흐드러지게 온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저 벚꽃.

조금이라도 늦으면 들어갈 수 없이 밀릴 것을 알기에 아예 그 전날 밤에 출발하였다. 여유롭게 새벽에 화개에 도착한다.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차에서 옹색하게 잠을 자고 눈을 뜨니 날이 밝았다. 아직은 인총이 많지 않다.

여한 없이 즐겨보는 화개벚꽃십리. , 세상은 참말 아름답구나. 살아 있는 것이 아름답고,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휘젓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입으로 맛난 것 먹고. 어디 한군데 아픈 데 없는 이런 고마움이라니!

 

 

해가 퍼지자 드디어 상춘객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벚꽃터널 아래 길은 차들이 줄을 지어 섰다. 오후에 돌아나오는데 한쪽 차선이 완전히 주차장이 되어 있는데 구례까지 그 지경이다. 조금 피곤하고 불편하지만 밤에 미리 가기를 정말 잘했다. 안 그랬으면 화개 근처도 못 가고 날이 저물 뻔하였다.

 

 

사진은 사기(詐欺)라는 걸 늘 절감한다. 집에 돌아와 카메라를 풀어 놓으니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아름답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눈에는 없는 카메라 특유의 기능이 실물을 왜곡하여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보지 못한 명소를 다른 사람들 사진만 믿고 가보면 적잖게 실망하는 이유다.

보통 열 장을 찍으면 그중 석 장 정도 쓸만한데 이번엔 버릴 것이 없이 거개가 잘 나왔다. 이건 자화자찬이다. 내 실력이 많이 일취월장했다.

 

 

내가 간 주말이 화개 벚꽃의 절정이었다. 다음 주는 아마 꽃잎이 날려 떨어지겠다. 그 풍경이 더 처연하게 매혹적이긴 하겠지만.

옛날 썸타던 여인네와 둘이 걸었던 그 길. 사람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빨간 우체통은 언제나 내가 즐겨 찍는 정겨움이다. 아날로그. 요즘 손편지가 도착할까.

 모르긴 몰라도 저 안엔 대개 돈 내라는 공과금 우편물이 들어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버스커버스커 : 벚꽃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