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탑사엘 가면 입구에 커다랗게 써 놓기를,
미 CNN 선정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고.
탑사가 독특하긴 하지만 아름답다는 기준은 어떤 건지, 내 기준으론 동의하지 못하겠다.
어쨌든 유명한 탑들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이곳 산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봄철 이맘때엔 흐드러진 벚꽃이 아름답다. 지난 3월 말에 화개에서 벚꽃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우정 들렸었는데 벚꽃은커녕 맺힌 꽃망울조차도 없었다. 그로부터 2주 후에 다시 찾아가니 화려하게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무주 진안 장수는 고원지역이어서 늦게 벚꽃이 핀다. 산악지대인 이곳 마이산 탑사는 평년에는 4월말에 꽃이 핀다고 하는데 올해는 날이 따뜻해 일찍 핀 셈이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일찍 시작하는 하루는 엄청 길다. 아침이 일찍 찾아오고 어둠이 늦게 시작되는 계절이라 참 좋다. 호젓한 벚꽃 터널을 걷는다.
날이 쌀쌀하다. 전국에 강풍이 분다고 하고, 강원도와 제주도는 대설특보가 내려질 예정이라는 예보가 있던 터라 그 여파로 봄 가운데의 한파다.
금당사와 탑사 은수사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바야흐로 온갖 봄꽃들의 전시장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암마이봉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생겼다. 바위산인 줄 알았는데 뒤쪽으로는 수목과 흙도 있다. 엄청 가파른 벼랑에 중국의 잔도처럼 나무계단으로 길을 만들었다. 숫마이봉은 순전 바윗덩어리라 헬기나 드론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두 마이봉 사이의 고갯마루를 천황문이라 하는데 이곳이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라 한다. 남쪽으로 떨어져 흐르면 섬진강이 되가 북쪽으로 떨어지면 금강이다.
암마이봉으로 오르면서 보는 숫마이봉. 그러나 생김새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부부인 듯 한 커플이 내 바로 앞서 가고 있었는데 남자가 숫마이봉을 건너다보고는 여자 거시기 같다고 하니 가서 박아라, 하며 여자가 남자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노골적인 음담이지만 오히려 혐오스럽지 않은 건 두 사람의 친밀감이 따뜻해 보여서일까.
다시 탑사로 내려오니 관광객이 밀려 들어와 있어 떠들썩하니 이른 아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가 되어 있다.
벚나무 아래는 예외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때맞춰 찾아오는 걸까.
2주 전 화개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풍경 한 커트. 꽃망울조차 맺히지 않은 상태의 겨울나무였는데 2주 사이에 이리도 만발하게 꽃을 피웠다.
이제 저 하얀 벚꽃이 지면서 봄은 서서히 사라져 가겠다. 봄은 내년에도 다시 오지만 한 번 간 사람의 청춘은 다시 오지 않으리니. 생의 덧없음이여. 못다한 지난날의 사랑이여.
눈부신 벚꽃 여행을 마친다. 꿈 같은 날들이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일흔둘
아다모 : J'Aime (너를 사랑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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