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북한강 가을길 - 양수리에서 상천까지

설리숲 2020. 3. 20. 00:14

 

아열대기후가 현실이 되었다. 여름이 길어졌다. 10월 중순이면 가을의 절정이어야 하는데 느낌과 풍경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한낮은 따가운 햇볕에 반팔 옷차림이 많다. 밤은 그래도 제법 싸늘해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한다.

가을이 그렇게 지나가더니 겨울도 푸근하게 지나갔다.

 

 

지난 가을 북한강변을 따라 12일 도보여행을 했다.

시원한 강바람에 여전히 초록인 초목들. 물의정원에 흐드러진 코스모스가 아니라면 온전히 여름의 풍경이었다.

카메라에 있던 사진들을 꺼내 그 가을날의 추억과 서정을 다시 소환하여 잠시 역병의 우울함을 버린다.

봄에 생각해도 여름에 생각해도 가을에도 겨울에 생각해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그리고 길.

길에는 그리움과 청춘이 있다. 가을은...

...낙엽이 오는 길이다.

 

 

 

 

 

 

 

 

 

 

 

 

'황금들녘 가을'이 이제는 벼논이 아니라 황화코스모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려 하고 있다.

 

 

 

 

 

 

 

 

 

 

 

 

 

 

 

 

 

 

 

 

 

 

 

 

 

 

 

 

 

 

 

 

 

 

 

 

 

 

 

 

 

 

 

 

 

 

여핼길에서 카페와 커피는 당연 트렌드다.

 

 

 

 

 

 

 

 

 

 

 

 

 

 

 

 

 

 

 

 

 

 

 

 

 

강변의 카라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카라반 숙박은 난생 처음이다. 텐트보다 한 단계 위가 글램핑이고 그보다 한 단계 위가 카라반이다. 침대와 취사시설, 냉난방시설, TV, 인터넷, 외아파이, 호자아실 과 샤워시설, 침실 말고 거실까지. 좁은 실내에 웬만한 시설은 다 구비되어 있다. 글램핑과 모텔의 중간 단계라고나 할까.

 

 

 

 

강상의 아침놀도 사라지고 햇빛이 퍼지면 누눕시게 하루가 시작된다.

 장미가 있는 정원의 풍경은 가을이 아니라 5월의 정원 같다.

가을에 장미가 있는 것도 생경하다. 기후가 변했다는 징후의 하나다.

 

 

 

 

 

 

 

가을남자 되어 폼 잡아 보다.

 

 

 

 

 

 

 

 

 

 

 

 

 

 

 

 

 

 

 

 

 

 

 

 

 

 

그날 회사엔 이낙연 총리가 방문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다. 안면 한번 트는 기회를 날려 버렸다.

내 복을 내가 걷어찼다. 어쩌면 훗날 청와대 들어갈 인연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일.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동서고금의 금과옥조거늘.

뭐 그게 내 운명이려니. 내 팔자에는 청와대 운이 없는 것이려니. 그 시각에 나는 가을길을 걷고 있었기에 뭐 아쉬운 것 없어라.

 

 

 

 

                 박혜경 : 레몬 트리

 

 

한국의 아름다운 길 예순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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