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만 해도 날이 무더워 차 문을 열고 운전하다.
이러다가 벚꽃도 3월 중순이면 피겠어.
그랬더니 자고 일어나니 춥다 몹시. 눈이 내린다 푸지게.
첫눈이자 마지막 눈일 거라는.
CT 검진결과를 확인하러 충주를 넘어가는데 앞을 막아선 박달산에 눈이 하얗다. 잘생긴 묏부리가 더욱 헌걸차게 우뚝 서 있다.
참으로 멋진 겨울풍경이다.
산내들의 픙광이 정겹다. 그리웠다.
검진결과는 아주 좋다.
깨끗하네요. 이제부턴 1년에 한 번씩만 찍읍시다. 내년 이맘때 예약전화 하시고 오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치의의 얼굴도 환하다. 이럴 때 의사의 보람을 느낀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보인다.
나는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겨울풍경이 원래 저런 거였는데.
당연한 저 풍경이 이렇게 반갑고 대견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실은 진정 행복한 것들임을 알겠다.
아프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별것 아닌 정상인데
몸을 한번 상하는 일을 겪고 나서 원상태로 돌아가니
그 별것 아닌 소소한 정상이 이리 반갑고 대견한 것이다.
그냥 제자리로 돌아간 것 뿐인데.
시인과 촌장의 노래에 '세상 풍경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가사가 있다. 하참!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하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