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결국 취소했다.
취소하길 잘했다.
일단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렇지 않았음 당일까지 사뭇 불편했을 것이다.
일주일이 아니라 정기도보가 끝나고 나서도 혹 후유증이 없을까 한동안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버리면 자유롭다.
정기도보 취소한다는 공지를 올리고 나니 한결 가뿐하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여주 명성황후 생가.
의외로 가까운 거리다. 40분만에 당도.
봄날처럼 노란 햇빛이 가득하다.
천인공노할 일본의 만행으로 스러져 간 비운의 황후.
그런 사연 때문인지 얼토당토않게 동정의 대상이 된 민자영이다.
일국의 황후에 대한 일본의 만행은 규탄해야 마땅하지만 명성황후가 추앙받는 건 옳지 않다.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걱정한 우국충절의 ‘국모’라는 찬사는 민망하다.
국정을 농단하고 어지럽힌, 단지 권력의 달콤함에 탐닉한 천착스러운 여인 이상은 아니었다.
지금 같으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갔을 사람이거늘.
툇마루에 햇볕이 쏟아지고 있다. 추운 겨울날에도 툇마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던 어린 날의 따뜻한 기억들이 있다.
툇마루가 주는 이미지는 안락과 따뜻함이다.
산수유 꽃망울이 새초롬하게 노란 순을 내비치고 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라 이러다가 벚꽃이 3월 중순이면 피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지만 실로 엉뚱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계절이 배신을 해도 자연의 질서는 어긋나지 않는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면 드러나는 이기심들, 탐욕들.
작금의 날들 역시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다. 결코 우리는 성숙한 사람들이 아니었어.
명성황후 생가를 거닐다 문득 후기 조선의 난세가 오버랩된다. 그러고 보면 사회는 하나도 발전되지 않는 것 같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행태들은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전염병으로 국민들은 신음하고 있는데 선거에서의 표 얻을 궁리로
오늘도 입들만 나불거리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감고당.
서울에 있던 건물을 근래에 이곳 명성황후 생가로 옮겨 왔다. 세칭 ‘정독도서관길’로 불리던 서울의 그 길은 최근 ‘감고당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집착하지 말자
마음에서 버리니 이렇게 자유로운 것을.
조수미 : 나 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