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병원엘 가 CT촬영을 하고 1층 배스킨라빈스에 들어가 앉았다. 전날 저녁에 관장약과 그에 따른 약 등을 먹고 변소를 드나들며 밤새 물똥을 쏟아내고, 게다가 하루 또 금식도 해야 하니 그때문에 없던 병도 생기게 몸이 축간다. 특히 관장약을 먹을 때 그 역겨움이란.
그 준비과정이 불쾌해서 그렇지 CT촬영 자체는 접수부터 다 해도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시간이 널널하게 생겼다.
회사에 늦게 출근한다고 이왕 말해 놓고 나왔으니 커피숍에 앉아 멍때리는 시간을 즐기기로 한다.
아무 상념 없이 죽치고 앉아 있노라니 문득 바리스타 아가씨의 행동거지가 눈에 들어온다. 종합병원이라 의사와 간호사도 많고 병원 직원들도 많다. 커피숍에도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무시로 드나든다.
내가 바리스타 아가씨의 동정을 줄곧 관찰하자니 그녀는 의사들, 특히 젊은 의사나 인턴들이 오면 유독 눈길을 많이 준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그쪽으로 시선을 보내곤 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지만 신기하기도 하다. 의사 아닌가. 여성들이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 눈길이 가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매력을 느낀다. 속물근성이라지만 그래도 다분히 인간적이다. 어쨌든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니까. 여자는 남자의 직업에 매력을 느낀다. ‘사람‘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들이 결국은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다.
여자의 속물근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단 일도 없다. 재수없게도 나에게 관찰되어진 보통의, 보편적인, 젊은, 여성의 한 단면을 보게 된 나름 재미있는 오늘 아침이었다.
그건 그렇고 배스킨라빈스 커피는 별로다.
줄리 사이먼 : You're Part Of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