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증평 삼기저수지 호안길

설리숲 2020. 1. 30. 22:44


조용히 명상을 하기엔 숲보다 호수가 좋다.

거울 같이 잔잔한 호면에 드리워진 나뭇가지들, 펄떡 뛰어오르는 물고기들. 이런 싱싱한 여름 호수도 좋지만 쓸쓸하고 고적한 겨울의 호안가가 좋다.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에서 막연한 동경을 얻었다. 월든 호수를 상상하며 호수에 대한 판타지가 처음 시작되었다. 월든이 특별히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과잉의 동경이다. 일종의 사대주의일 수도 있다.

내 가까운 곳에도 호수가 얼마든지 있다. 이곳을 잘 묘사하여 책을 써내면 독자들 또한 가보지 않은 호수를 동경하지 않겠는가.

 

증평 삼기저수지.

별로 특별하지도 않고 아름다울 것도 없는 흔한 호수 중의 하나다. 그러므로 더 정감이 있는 것이다.

약 3km의 호수 둘레길이다.

겨우 내내 춥지 않았다. 그래도 산골은 산골이라 호안가의 일부나마 살얼음이 잡혔다. 이상기후라고 다들 시름하는 척 하지만 춥지 않으니 난 좋기만 하다.

이대로 봄이 오려나 보다. 해토마리에 얼음장이 녹으면서 맞는 설레는 느낌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봄이 온다는 기대엔 마음이 훈훈해지기 마련이다.

    

햇빛이 거의 쏟아지지 않는 회색빛 겨울 어느 날의 호수의 정경.




















   겨울 호수의 행복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산중의
  작은 호수
  삶의 거친 바람이
  느닷없이 불어오면
  갈대처럼 흔들리곤 한답니다

  구름이 지나가면
  무심히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고
  때로는 허무할 때도 있습니다

  호수 옆을 지나는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애틋한  사랑 나누고 싶지만
  물 밀을 보며
  꿋꿋하게 그냥 참고 있습니다

  봄이면 새싹의 희망을 보고
  여름엔 무성한 그늘을 즐기다
  늦은 가을
  단풍신랑 스스로 찾아들면
  겨울엔 얼음 위에 눈 이불 덥고
  사랑을 속삭이는
  즐거움도 있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청둥오리 신사
  눈이 큰 피라미 아가씨
  가장 친한 친구들
  마음으로 껴안으며
  소박한 사랑
  나누며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김귀녀












Le Blanc &Carr - Fa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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