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삼척 새천년도로

설리숲 2020. 1. 21. 00:26


파도는 높고 거칠었다. 해안가 절벽과 내 얼굴에 부딪는 바람은 잔잔한데 파도가 저리도 난폭하니 먼 배래에는 거센 바람이 이나 보다.

바다는 하늘을 닮아 청청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잠시 서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동해바다는 늘 그렇다. 가슴이 막막하게 깊고 넓다. 마음의 고난을 때려 부술 듯 휘몰아 달려온다. 대자연의 경이 앞에 서서 오히려 나는 고독해졌다. 번뇌가 지워지는 고요함이다.

그 고독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새천년도로.

삼척항과 삼척해변까지의 약 4km의 해안길이다. 해파랑의 한 구간이다. 이곳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100>에 선정된 길이다.

이 길은 바다와 나란히 걷되 동행하지 않는다. 내내 저 아래 절벽 아래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다. 아슴한 꿈처럼 파도는 저 아래에 와 부딪고는 하얀 비말이 흩날린다.









부지런을 떨어 해돋이 명소인 추암 촛대바위로 나가 여명을 맞았다. 또다른 새해가 왔다. 밀레니엄이라고, 천년이 끝나고 새천년이 시작된다고 법석을 떨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10년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요즘의 중고생들은 Y2K의 그 묘한 술렁거림을 알지 못할 것이다. 2002년 월드컵도 과거 먼 역사로 인식할 것이다. 내가 6·25사변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듯이.









 

 

시간은 그렇게 무심한 것이다. 무심하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가 모두 사라진 몇 십년 뒤에도 그리 흐를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로지 시간만 변함없이 흐른다.

 

하루 종일 거세게 달려드는 파도를 보면서 나는 영원불변한 것을 생각했다.

파르스름한 어둠과 함께 떠오른 해가 석양의 저녁으로 사라지는 하루는 참말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다. 여행길에 서면 언제나 다가오는 시간의 두려움과 경외다.

 

멋지게 살지 말자. 그냥 평안하게 살자. 도전하지 말고 순응하자.

 


















 

예전 KBS토요명화의 시그널이다.

그때 이 음악이 흐르면 가슴이 설레곤 했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특별히 영화를 좋아하진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나 사뭇 가슴이 두근거린다. 음악의 위대함이란 자연의 위대함과 동격이다. , 위대한 로드리고여.




로드리고 작곡 베르너 뮐러 편곡 : Aranjuez Mon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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