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김포 염하강 철책길

설리숲 2020. 2. 4. 23:52


 정오쯤 되자 하늘이 회색으로 낮게 내려앉는다. 눈이라도 올려나 했더니 동행인은 미세먼지라 한다. ~ 아닌 것 같은데.

아니나다를까 버스를 타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나로선 올 겨울 처음으로 맞는 눈이다. 실은 강화도의 저녁노을을

보고 싶어 나선 길이었는데.

 노을은 아니라도 눈 내리는 풍경도 좋지 아니한가. 현지에 도착하니 눈은 그치고 제법 하얀 풍경이 되어 있다. 이왕 올

거면 또 씨펄펄펄 푸지게 내릴 것이지. 이도 저도 아닌. 회색빛 풍경이다.

 

 염하강(鹽河江).

 강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 보면 우리나라를 침공한 프랑스 놈들의 황당한 명명에다 조선을 지배한

일본놈들이 그것을 이어받아 정하여 지금까지 남은 이름이다. 치욕적인 식민역사의 잔재가 아직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강이 아니라 바다다. 강화해협이라 하는 게 적절하다.

 

 온통 철조망이다. 겨울 바다의 풍경은 철조망 승새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피안과 차안을 갈라 놓은 두터운 벽 같이도 느껴진다.

 

 길은 시종 철책을 따라 나 있다. 그 길을 걷고 있으니 묘한 느낌이다. 가을철 시골 노인들은 뱀을 잡으려고 산에다 길게 그물을 친다.

 뱀은 그물을 만나면 더 이상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그물을 따라 이동한다. 노인은 그물만 따라 가면서 득시글대는 뱀들을 그냥 주워 담으면 된다.

 철책만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꼭 오가지 못하고 헤매다 잡히고 마는 뱀 같다는 생각에 혼자 재밌어 한다.

 

 아무튼 생경한 풍광과 독특한 날씨였다. 마치 회색빛 꿈을 꾸다가 깨어난 듯한 아련한 세상이다. 이런 여행이 좋다.

 

겨울해는 너무 짧아 금방 어둠이 내렸다. 또다시 연말이다.





















































랜디 크로포드 : Alm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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