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정선 만항재

설리숲 2019. 12. 25. 00:37



우리나라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라 한다.

해발 1,330m.

정선과 태백의 살피를 짓는 고개. 고갯마루는 두 지역이 공유하기도 하고 두 지역 모두의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나는 정선 만항재라 한다. 내가 오랫동안 정 붙여 살았던 곳이 정선이고 어느 겨울, 만항재를 구경하러 왔다면서 정선 내 오두막집을 찾아온 여인이 있어 그는 늘 정선, 하면 만항재가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촌설이 내렸는가. 아니면 강원도 높은 산악지역은 원래 사시사철 눈이 덮여 있는가.

고한읍에서 올려다보는 산 이마는 하얗다. 고갯길을 오르니 온통 눈맞은 낙엽송 숲이다. 예전 그녀와 갔던 계절은 가을이 이미 져버린 초동이어서 황금빛낙엽송이 장관이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대자연이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와 보리라 했는데 그게 벌써 13년이 지났다. 황금빛이 아닌 순백의 대자연이다.

희다 못해 파르스름한 빛이더니 정오가 가까워 햇살이 이만큼 오르니 서서히 녹아 없어진다. 촌설 말고 발등눈이라도 내리면 세상 가장 경이스러운 설경이 되지 않겠나 

이 단 한번의 여행으로 올 겨울의 모든 여행을 다 마친 듯한 짧고 강렬한 경험이었다.
































   만항재


쭉 뻗은 곧은 길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은 구불구불한 길의

매력을 알 수 없을게야


 오른쪽으로 한 굽이 돌면

다시 왼쪽으로 한 굽이 돌아야 하는

숙명적인 굽이 길의 운명


오른쪽 한 굽이 끝에

되돌아 가는 왼쪽 한 굽이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


 정선 태백을 넘나들던

백두대간 만항재에 오늘,

빗살무늬 상고대로 백의를 걸친


천상의 선남 선녀가

굽이굽이마다 켜켜히 켜켜히

눈부신 설레임으로 서 있다.


                                  - 전재옥 -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길가에 차을 세우고 사진을 찍고 간다.  







이 고개 일대가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로 뒤덮이는 천상의 화원이다.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이 수려한 명소다. 안 가봐서 모르지만 봄철에도 그러하리라.













 한국의 아름다운 길 쉰 다섯


아나이스 : Les Clouches De Bourgong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