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초겨울의 정읍 내장사 길

설리숲 2019. 11. 20. 22:38

 

또 때를 못 맞췄다.

이쯤이면 내장사 단풍이 볼만하겠다고 우정 날을 잡았는데 너무 늦었다.

그야말로 새빨간 세계를 바랐다만 현지에는 이미 잎이 다 진 단풍나무들이 많았다. 허연 나목으로 줄선 풍경이 어느새 겨울이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몹시 추운 날이었고 강원도의 스키장들도 이날 개장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부지방엔 진종일 비가 내렸나 보다.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비 내리는 이야기를 하고 비에 관한 노래들이 나온다. 강원도엔 눈이 내린다고 하고. 코발트 색 하늘과 화창한 햇볕을 담은 남부지방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역시 날이 몹시 춥다. 가을은 이 주가 마지막일 것 같다.

 

때 놓친 단풍놀이라 많이 김이 샜지만 초겨울의 은근한 색도 나름 매력이 있다.

일부 철늦은 일부 단풍나무는 여전히 고운 빨강을 매달고 있고 이런 나무는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평일이지만 관광객이 미어터진다. 그들도 나처럼 때를 놓쳐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렬한 단풍은 엇갈려 못 만났지만 길 위로 쌓인 낙엽들이 또한 아름다운 내장사 길이다.

아 가을이 끝났구나. 짧기만 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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