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칠곡 팔공산 한티재

설리숲 2019. 10. 4. 01:47


고갯길이라 해도 전망이 좋은 건 아니다. 구절양장 허위허위 오르다 잠깐 멈춰 서서 휘돌아보면 보이는 건 짙은 초록의 나무들이다. 이 외진 길은 자동차 드라이브라면 모를까 걸어서 넘기엔 좀 힘겹다. 여름이니까. 그것도 8월 초 가장 더운 철에. 게다가 빗방울 듣는 오후 나절은 습기로 가득 차 숨이 가쁘다. 갈색이 지쳐 낙엽 되어 구르는 늦가을이면 제법 걸을만한 아름다운 길이 될 수 있겠다.

여기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됐다고 한다.










 

언젠가 올라본 홍천의 운두령에서 받은 감성을 고스란히 일깨워주는 고갯길이다. 말하자면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자고 간다는 식의, 높고 험준한 준령의 외진 고갯길이다.

고갯마루에 휴게소가 있다. 바람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쉬어가지 않는 사람이 없다. 바람은 어디서 쉬고 있는지 고지대에 올라도 바람 한 줄기 불지 않는 고행의 여름 날 오후.

 영성이 강하다는 팔공산 자락이다. 어쩐지 그럴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긴 여름휴가의 일곱 번째 날은 햇빛 없고 바람도 없는, 신령기 충만한 듯한 음습한 길, 숲 바로 곁에서 검은 마녀가 나와 홀릴 것 같은 검은 한티재에서 낯선 감성을 느끼다.















칼라 : 후회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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