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속초 장사항에서 고성 삼포 해변까지

설리숲 2019. 9. 25. 00:21








우리나라 도보여행자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필수 코스이기도 한 동해안 해파랑길.

추석 연휴에 그 한 구간을 걸었다.

속초 장사항에서 출발하여 고성 삼포 해변까지의 아름다운 길. 뭐 이 구간이 해파랑길에서 특별히 아름다운 데라서 선택한 건 아니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의 전 구간이 다 어금지금하다. 즉 다 시원하고 아름답다는 말이다. 특히 따스한 해풍을 맞으면서 걷는 겨울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문득 생각나서 해파랑길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으니 제밀 먼저 46코스가 떴다. 그래서 그곳을 간 것뿐이다.

 

여름은 저만치 가고 있고 가을은 또 반대편에서 저만치 오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 눈부신 햇빛, 양양한 바다 그 푸르름. 이 계절이 가장 아름답구나.











 저 이정표대로 그냥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날이 올까.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카페 <바다정원>

과연 규모가 엄청나다. 커피를 안 마셔도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다. 드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옥상 전망대에서 보는 해변은 환상적이다.














 올봄 사상 최악의 산불 참화. 대로인 국도변의 건물들까지 이 지경이면 당시의 참혹함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시종 바닷가를 걸으니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단조롭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바다도 같은 바다가 아니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색깔과 파도, 무시로 만나는 주민들의 일상 모습들, 스킨스쿠버 서핑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추석인데도 전 안 부치고 놀러온 관광객들, 무시로 만나는 자전거 하이커들. 그리고 눈을 들어 왼쪽을 보면 백두대간 준령이요, 곧 가을을 맞는 설악산의 빼어난 자태가 사뭇 동행한다.

의외로 나 같은 도보여행자는 없었다. 딱 한 사람 마주치긴 했다. 봉포리 해변쯤이었다. 저만치 마주 걸어오는 사람을 보긴 했지만 별 관심을 두진 않았다. 무신경하게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녀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얼떨결에 답례하며 웃어 주었지만 자연스러운 웃음은 당연 아니었다. 몹시 찔렸다. 난 왜 아는 체 할 생각을 안했을까.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유일하게 만난 동종업계(?) 동료인데. 여행은 풍물보다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사람을 너무 모른다. 평생의 내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사람과 풍물 이 두 가지를 만나려거든 해파랑길로 가길 권한다. 가을도 좋고 겨울도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관동팔경중의 하나인 청간정.

옛 문헌의 그 청간정은 아니다. 소실 된 것을 다시 지은 것이라 하니 옛 팔경 정자의 멋은 당연 아닐 터.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천진 해변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천진 해변에서 본 청간정



   청간정에서 본 천진 해변



 이 구간은 평화누리길과 겹쳐지는 길이기도 하다.


   천학정



 능파대





 백도


그리고 이름도 격조 있는 삼포 해변. 역시나 바람과 파도가 쉬 새 없이 넘실거리는 해변에서 이 여행을 마친다. 계절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제이 래빗 : 바람이 불어오는 곳




한국의 아름다운 길 마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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