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울진 산길

설리숲 2019. 9. 17. 22:21


1

산길을 간다, 말 없이

호올로 산길을 간다.

해는 져서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 없이

밤에 호올로 산길을 간다.

 

2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3

꿈같은 산길에

화톳불 하나.

(길 없는 산길은 언제나 끝나리)

(캄캄한 밤은 언제나 새리)

바위 위에

화톳불 하나.

  









나 태어나 보니 강원도 산골이요, 나는 모태 산사람이다.

유년시절 진달래 꺾으러 산길을 다녔고 돌배 팥배 다래 머루 따먹으러 산길을 헤집고 다녔다.

결국 나의 생애는 산에서 시작해서 산으로 지는 삶이리니.




울진의 깊은 숲속에 하룻밤 캠핑을 다녀왔다. 해변이 아닌 산에서의 캠핑은 처음이다.

모르고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금강송 군락지 입구였다.

 

산길을 홀로 걷는다. 특별히 빼어날 리 없는 전형적인 한국의 산길이다. 어릴 적 강원도 숲에서 대하던 나무와 풀이 그대로 성한 정다운 우리의 산속.

짙은 녹음과 돌돌돌 물소리, 직박구리 우짖는 소리, 현란하지 않지만 기품 있는 야생화들.



   동자꽃


    까치수영


좁쌀풀


   물레나물




   노루오줌


   산수국



   엉겅퀴


   솔이끼


   짚신나물


   고추나무



   큰뱀무





   다래


   개망초


   개암


   조희풀


 


길을 걷다가 휘어져 구부러진 길을 만나면 공연히 가슴이 뛰곤 한다. 저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풍경이 나올 것 같은 설렘. 그러나 그 모퉁이를 돌아도 특별할 것 없는 똑같은 풍경이 나타나곤 하지. 매번 겪으면서도 늘 설레는 건. 길을 간다는 것, 여행은 그런 매력이 있는 것이다.




길은 어디에나 이어져 있어 끝이 없다 하더만, 산길을 무작정 가고 싶었는데 없다던 막다른길이 나타난다. 작은 댐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깊은 산중에 웬 물막이댐이람.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길은 어디에나 이어져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돌아선다.



  이 일대는 유명한 금강송 군락지다.






이때가 7월 중순. 가장 깊은 여름 안이다.

지금은 9월 중순.

캠핑장은 낙엽송이 숲을 이룬 아름다운 장소다. 낙엽송 잎이 노랗게 변신한 가을이 무척 아름다울 것이다. 그때 다시 가보고 싶긴 하다만 기회가 될지.







양주동 시 박태준 곡 신영옥 노래 : 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