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하루가’
박강수의 노래가사처럼 가을 그것을 딱히 표현할 정확한 낱말을 모르겠다. 그저 참 예쁘다.
길은 집 밖에 있다. 길을 간다는 건 집을 나와 흐른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정체하거나 머물러 있지 않고 생생하게 자유롭다는 말이다.
자연에 가을이 가득했다. 괴산 산막이옛길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자연으로부터가 아닌 형형색색 등산복차림의 나들이객들의 풍경에서 물씬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이 풍경도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짧은 햇덧만큼 가을은 금세 끝나 버릴 것이다.
가을볕이 온 누리에 가득했다. 어둑한 방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을 어깨에 받으며 서 있다. 신갈나무 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볕을 받고 서 있다. 햇볕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허풍이나 과장이 아님을 실감한다. 가을, 저 가을 햇빛.
돌고 돌아 결국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었던 것이다.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떠나갔지만 사랑을 가져가진 않았다. 등 뒤로 사랑을 버리고 갔다. 나는 그 사랑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내 주머니는 그들의 사랑이 가득차 불룩하게 미어터질 지경이다.
사랑은 떠나지 않는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죄다 엉터리다. 사람이 떠날 뿐이지 사랑은 고스란히 내게 남는다.
나는 대지에 쏟아진 햇빛과 그들이 버리고 간 사랑들을 주우며 오늘도 노오란 들길과 낙엽진 오솔길을 걷는다. 내 몸속엔 밝은 가을햇살과 내가 사랑했던 그들의 사랑이 가득 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월의 이날처럼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지만서두.
산막이옛길
남유정
당신이 지나가셨다기에 흘리고 간 것이 있을까
눈여겨보며 걸었습니다
이렇게 둘레를 걸으면 언젠가 중심으로
향한다는 것을 믿었지요
나뭇잎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새들의 날갯짓
구절초 향기를 따라 숲으로 갑니다
당신이 이 길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셨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어깨에 가만히 내려앉은 단풍잎 한 장,
당신도 마침내 붉게 물든 마음 한 잎을
보여준 거라 믿어요
당신이 귀를 씻으며 지났을 물소리
해질녘 마음을 뉘어 먼 하늘 바라보았을 바위
어느 생을 당신이 또 바람처럼 걸어가신다면
나는 붉디붉은 한 장 나뭇잎으로 바람소리를 담아야겠어요
슈타미츠 플루트 협주곡
한국의 아름다운 길 마흔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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