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달성 마비정 벽화마을

설리숲 2019. 8. 28. 00:17


동네 이름이 좋다.

화원花園. 꽃동산. 해남에도 화원면이 있고 이곳은 달성 화원읍이다.

읍에서도 시오리 정도 더 벗어난 외진 궁촌에 근래 부상하고 있는 벽화마을이 있다.

마비정마을. 마비정이라는 지명에 대한 전설이 있긴 한데 전설 따위야 지역민들이 제 입맛에 맞게 지어낸 이야기가 많으니 별로 흥미롭지는 않다.

 

이곳 출신의 화가 이재도가 시작한 벽화테마가 이젠 달성의 주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전국 벽화마을에 많이 다녀보았다. 개인적으론 통영 동피랑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곳 마피정에 와 보니 동피랑과는 전혀 색다른 예술의 거리다. 동피랑이 다양하고 자유분방하여 세련미 넘치는 거리라면 마비정은 은근하고 소박한 조화의 거리다. 화려하게 튀지 않고 은근하게 제 자리에 박혀 있는 소품들 그리고 그림들. 한국 전통미로만 주제를 잡아도 얼마든지 멋을 풍길 수 있는가를 알겠다. 벽화로만 요란한 도시의 골목이 아닌 촌마을의 고샅이라 나무와 풀, 꽃 등의 자연물과 어우러져 기품 있는 예술품이다.

 

숨어 있는 이런 보물들을 발견하는 여행은 얼마나 경이로운지!














































   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을 가졌는가

 

                                                       허광희

 

   그대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을 가졌는가

 

   참 시근도 없이 살았더라

   실눈 떠 손바닥으로 해 가리며

   오면 오고 가면 가는 인연인줄 알았더라

   분꽃씨 만한 철이 드니 그제사 알겠더라

 

    언제 마음 자락 풀어헤쳐 귀 기울여본 적 있나

    언제 온 마음 끓이며 토닥거려준 적 있었던가

 

    지친 날 나래 접어 찾아드는 여인네 품속 같은

    느린 호흡의 아련한 마음 한 켠

    때론 청명함보다 흐릿함이 그리울 제

    싸리문 열고 들어서면

    잘 익은 감추주甘秋酒 단내가 먼저 반기는

 

    그대여

    흐린 날

    주막 같은 인연이 있는가!










 옻나무다. 보통 옻나무는 사람 키 정도, 혹은 조금 큰 정도인데 마비정의 옻나무는 거목이다. 수령 70년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옻나무다.






 야, 느그덜 사랑이 죄다 녹슬었다야.













 





잔나비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