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남원 땅에 잠들었네

설리숲 2019. 10. 1. 00:01


TV에서 문희옥이 <남원 땅에 잠들었네>라는 노래를 하는데 트로트의 정서와 동떨어진 노랫말이다. 민주열사 김주열을 추모하는 노래인데, 마산이 아닌 웬 남원 땅? 처음 접하는 노래라 문희옥의 노래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발표된 지 오래된 노래다.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의 폭거에 희생된 김주열 열사의 참혹한 죽음을 맞닥뜨리고 그 애통함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한복남이 작곡하고 손인호가 불렀다.

 

김주열은 남원에서 나서 금지중을 졸업하고 마산으로 유학하여 마산상고에 입학했다. 입학하자마자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가 있었고 분노한 마산의 학생들이 의로운 항거를 시작했다. 무자비한 탄압이 있었고 이 의거 시위에 참가했던 김주열이 행방불명되었다. 411일에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눈에 최루탄환이 박힌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청운의 뜻을 품고 입학한 학교에서 공부한 날이 채 보름도 안되는 애달픈 한 생(生)이었다. 이 사건으로 전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 역사적인 4·19혁명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김주열은 민주열사의 상징으로 추앙되고 있다. 마산은 민주화의 성지가 되었다. 그런데 작금 마산의 형세는 그 성지가 부끄럽게 우경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곳 출신의 이은상은 당시의 민주화 의거를 비방하고 폄훼하였다. 친일을 한 인물이었으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기생해 수구인생으로 호의호식했다. 우리는 학교 교과서에서 그의 글을 공부하며 부지불식간에 그를 영웅시하는 교육을 받았다.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민주화의 성지 마산역 광장에는 그를 숭앙하는 비()가 버젓이 서 있다.

 

마산상고는 현재 마산용마고등학교다. 학교 담장을 허문 곳에 김주열 열사의 흉상이 있다. 그리고 그의 고향 당인 남원에는 김주열로가 있다. 광한루원이 있는 승사교 사거리에서 금지교까지의 길이다. 그곳에 역시 김주열 흉상이 있다.

지난 주말 검찰의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촛불집회가 있었다. 비뚤어진 나라를 바로잡는 건 언제나 이름 없는 민초였다. 아름다운 촛불의 바다. 그 장엄한 광경을 대할 때면 정의를 열망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정열을 느낀다. 감동한다. 그 고매함이여. 정의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꺼지지 않는다.



 남원 승사교 사거리에 김주열 열사의 흉상이 있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김주열로가 있다. 그는 고향 남원이 영면하였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초봄에 찍은 사진이다.


 김주열 열사가 채 보름도 공부하지 못하고 스러진 모교 마산용마고.(당시 마산상고)

그리고 담장에 마련된 조촐한 추모비.

 더위가 최고로 기승을 부리던 날 다녀왔다.







차경철 작사 한복남 작곡 손인호 노래 : 남원 땅에 잠들었네


'서늘한 숲 > 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불천탑 운주사  (0) 2019.11.03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  (0) 2019.10.10
달래나 보지  (0) 2019.09.25
진부령 아가씨  (0) 2019.09.16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0) 201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