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설리숲 2019. 9. 1. 23:20


허면 나는 언제나 가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9월의 첫날.

라디오 방송에서는 하루 종일 가을을 이야기한다. 설레발이다.

기분은 그렇지만 아직 여름이다. 잔서가 한 달은 더 갈 것이다.

우리는 시달려 온 것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아직은 겨울인데도 입춘이 지나면 이미 봄이 온 것처럼 체면들을 건다. 진짜 봄은 그로부터도 거의 두 달이나 지나서 온다.

 

9월 첫날, 창원 주남저수지.

()으로 가득 차 잇다. 어쨌든 폭염은 사라졌으니 곧 가을이고 숱한 연도 사라지겠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서영은 : 가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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