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세상도 내 가슴도 조용하게 침잠한다.
오랜 봄 가뭄.
모두가 고대하던 비가 내린다.
해갈하기엔 많이 적은 양이더라도 적당하게 대지를 적시는 비.
초록이 더욱 짙어진다.
경주 대릉원.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분명 이곳에 들러 천마총도 들여다보고 첨성대도 보았건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생전 처음인 것 같은 여행이다.
연꽃 위에 내리는 비.
2001년, 어느 유원지에서 우연히 소지로의 음반을 샀다가 오카리나에 홀릭이 되었다.
이어서 한태주라는 청년을 알게 되었는데 세상 가장 위대한 연주자로 알았다. 특히 <연꽃 위에 내리는 비>는 무념무상의 고요에 빠져들게 하는 최고의 음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카리나 음악을 많이 접하고 더불어 나도 연주를 하게 되면서 한태주가 그리 위대한 연주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연주는 기교가 현란해 얼핏 듣기에 화려하고 멋들어지지만 지나친 기교가 오히려 듣고 난 후에 감동이 여려진다. 어린 나이라 깊이가 없어 가슴을 울리지 못한다.
지금은 그도 어른이 되었으니 좀더 성숙한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초기 음반 이후에는 들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연꽃 위에 내리는 비.
여름 내내 연못이 있는 정자에 앉아 동심원을 그리는 비를 보고 지내고 싶다.
한태주 : 연꽃 위에 내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