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이 새파랗다. 이렇게 청명한 때가 언제였던가 싶다. 몸에 와 닿는 산들바람의 감촉도 좋다.
키 큰 포플러나무 잎사귀들이 하늘하늘 얄랑거린다. 아름다운 움직임.
바람의 정체는 무얼까. 오랜 세월 봐오면서 궁금해 했던, 그러면서 여직 알 수 없는 그의 정체. 내 몸을 기분 좋게 하고 저 나뭇잎을 살랑거리게 하는 그는.
경이롭게 포플러 잎사귀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형님 뭐하세요 바쁜데! 동료가 저만치서 소리친다. 짜증이 묻은 목소리다. '바쁘거나 말거나 대수냐. 이렇게 아름다운 움직임을'. 속으로만 그에게 핀잔을 주고 자리를 떠난다. 당신은 이런 거 깨달으려면 더 살아야돼.
우리가 힘과 공을 들여 하는 모든 일도 궁극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지 그것을 최종 소비하는 것은 사람이다.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경을 감상하는 게 나 혹은 우리가 누려야 할 궁극적 목표 아니던가. 까짓 재미없는 일일랑 잠깐 집어치운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란말시.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다. 그녀의 일생을 돌아보는 뉴스들이 여럿 방영된다. 참 잘 살았구나. 정갈하고 품격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