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어답터 (Early Adopter). 최첨단 제품을 먼저 구입해 사용해보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레이트리 어답터’라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나 얼리어답터의 반대되는 의미라면 나는 진정 레이트리 어답터다. 다른 사람들 다 쓸 때 과거별에서 온 놈 모양 관심 하나 없이 지내다가 유행이 다 지나 공급이 끝날 무렵에야 겨우 장만하는 나다. 돌아보면 평생을 그리 살아 왔다.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다. 동네 강아지들도 갖고 다닌다는 그것을 사람이 이제야 구입했다. 뭐 2G폰이 불편한 것도 아니다. 전화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다. 실은 핸드폰 자체가 내게 그리 중하지도 않다. 산속에 들면 말은 똥이요, 전화기가 다 무슨 소용인지. 그러고 보면 2G폰도 내게는 진일보한 문명 첨단기기인 셈이다. 집을 떠나 여행길에 서면 수많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지도나 대중교통정보 등의 요긴함을 절감할 때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특별히 곤경에 빠지거나 한 적은 없다. 오랜 경험상의 미립으로 잘 지내오긴 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점점 더 편리한 게 궁박해진다. 그래 스마트폰 GPS만 있으면 좀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랫동안 부정하고 거부했던 그 물건을 산 건 단지 그 이유였다. 일단 손에 들고 보니 이 물건도 제법 쓸 만하다. 혼자 있을 때나 버스 타고 어딜 여행할 때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 추가되었다. 하나하나 편리한 기능을 이용하다 보니 그것 참 괜찮은 물건이로구나 하면서도. 아주 성가신 건 뭔놈의 알림이 그리 많은지 쉴 새 없이 띠리링거린다. 거개는 다 쓸데없는 거다. 얄궂은 건 쓰잘데기 없는 건 줄 번연히 알면서도 궁금해 열어본다는 거다 참. 나도 문명인이 다 됐다. 이왕 손에 들었으니 그 기능들을 다 누려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어쩌면 나도 핵인싸가 될지도 모르겠다. 굳이 거부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저 세월의 흐름대로 물처럼 흘러가는 게 맞다. 그게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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