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진천 농다리와 초평 호수

설리숲 2019. 3. 3. 23:30

 

  원래는 12일로 남녘을 다녀올 요량이었는데 아는 사람이 전화를 했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 아주 잊고 지냈던 사람이니 지인(知人)도 아니었다. 전에도 두어 번 다른 사람을 통해서 만나자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회피했다. 그저 내 마음대로 방종하며 살고 싶은데 그런 내 생활에 누가 끼어들면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내가 원하지 않은 모임이나 속은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란 건 없다. 그가 거기 가는 건 분명히 좋아서 가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엔 그가 직접 전화했다. 어디냐 묻기에 서울이라고 답했다. 집이라고 하면 지금 만나러 오겠다고 할 것 같았다. 그럼 다음 주 토요일에는 시간 되냐고 다시 묻는다. , 참내 귀찮군. 이번에도 다른 핑계를 대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거기가진 마음이 모질지 못해 그럼 토요일에 오라고 약속을 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 만나서 괴롭다.

 

사람은 왜 관계를 만들어 이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 업장을 쌓는 일이다. 관계와 인연은 자꾸만 끊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괴로움이 없다. ‘관계끊기작업은 무지 쉬운 일인 것 같으나 실제로는 무지 어려운 일이다. 인간사라는 게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괴산으로 찾아온 그를 만났다. 텁수룩한 수염에 여전히 산사나이임이 풍겨 나온다.

기껏 점심 한 끼 하고 이디야에 들러 고구마라떼 한 잔 하는 걸로 오랜만의 상봉을 치렀다.

  그러루해서 12일의 남녘여행이 캔슬되니 시간이 한껏 남았다. 어디 멀리 가기에는 또 어정쩡해 생각해낸 것이 집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진천의 농다리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 농다리는 그 희소성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건교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되었다.

 

농다리를 보러 오는 관광객은 많은데 다리 하나만 보고 가기에는 서운하다. 아름다운 길은 길지 않은 다리에 국한되지만 진짜 여행은 재 너머 초평저수지다.

매년 겨울이면 허옇게 얼어붙었던 호수가 올해는 춥지 푸른 은물결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날은 따뜻하고 역시나 미세먼지는 극성이어서 먼 산이 부연 게 마치 봄날의 황사 같다.

호수 둘레를 일주하는 트레킹 길이 있어 한나절이면 호수 곳곳을 둘러본다.

 

이놈의 미세먼지만 아니면 참 멋진 풍경인데. 언제 사라질까.

나목에 연두색 새 잎이 나고 초록으로 변할 즈음에 우리 일행들과 더불어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

관계는 자꾸 끊어내야 하건만.






























니콜라스 안젤리스 : Quelques Notes Pour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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