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마음의 짐으로 우울했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흘러갈 테지. 그때 되면 또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고 마음의 짐은 벗었다. 그렇다고 기쁘거나 홀가분하지 않은 건 걱정조차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기대하지 않으면 원망도 없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자. 그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야.
버스가 광주터미널을 출발할 때 파랗게 열려 있던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둡게 겨울하늘을 가렸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요량이었는데 날씨가 이리 또 심술을 부리나. 부아가 난다. 어쩔 것인가. 성질낸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그러니 우선은 비는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게 성책이다. 눈이야 괜찮지만 여행길에서의 후줄근한 비는 정말 성가시고 불편하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내릴 듯 무겁다.
이곳 메타세쿼이아는 1972년 담양과 순창간의 24번 국도에 식재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약 4,700여 그루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2,000년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후 현재 가장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관광명소는 학동교차로에서 금월리 금월교까지 약 2km 되는 옛 24번 국도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이따금 싸래기 같은 눈이 하나씩 떨어졌다. 아예 하얗게 가로수가 덮이게 내려 쌓이면 좋을 걸 그럴 기미는 없다. 나무 아래 길은 사뭇 어둑어둑하다.
고 김정호 동상과 노래비가 있다.
이곳은 메타세쿼이아 말고도 입구에 이국적인 타운을 조성해 놓았다. 프로방스라고 하는데 뜬금없는 프로방스라니.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대주의적 발상은 고질병이다. 이 구역은 카페와 공예품 등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로 테마를 꾸몄다. 날이 을씨년스럽고 손이 시려 몸도 녹일 겸 나도 한 카페에 앉아 우아하게 고구마라떼를 마신다.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화석나무로 분류되어 왔다. 학계에는 오래 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중국 양쯔강 상류인 마타오치 강가에서 왕전이라는 사람이 발견하여 베이징대 부설 생물학연구소에서 화석으로만 발견되었던 메타세쿼이아라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조사 결과 마티오치 강가에는 4천 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는 세쿼이아라는 나무가 자생하고 있는데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은 ‘세쿼이아 이후에 등장한 나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1956년에 미국에서 처음 들여왔다고 한다.
드라마 <푸른 안개>중, Dor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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