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덕수궁 돌담길

설리숲 2019. 1. 29. 00:54







그동안 막혀 있었던 덕수궁의 북쪽 길이 개방돼 완전한 덕수궁돌담길이 됐다고 한다.

한데 TV 뉴스에 보이는 그 길은 나무 데크로 만들어 놓은 조잡한 길이었다. 내막은 모르고 혀를 찼다. 저게 무슨 돌담길이냐,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지.

 

직접 그 길을 돌아보았다. 영국대사관측과 잘 협의 돼서 오랜 숙원이었던 길을 개방했노라고 했지만 영국대사관 건물은 그대로 육중하게 무질러 앉아 있고 길은 생뚱하게 덕수궁 안으로 들어가 있다. 덕수궁 돌담길이 아닌 영국대사관 돌담길이라 하는 게 적합하다. 영국대사관과는 무슨 합의를 했다는 건지.

덕수궁은 입장료를 내고 대한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새로 만든 북쪽길이 덕수궁 안으로 들어가 있으므로 공짜로 입장하는 걸 막기 위해 나무데크로 어설프게 만들었던 것이다. 기껏 100미터 남짓의 저것이 오랜 숙원이었다고.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리.















어쨌거나 오랜 세월 덕수궁의 이 돌담길은 서울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 추억과 고독과 낭만의 서정을 담은 상징적인 곳이다. 문학과 미술, 음악의 소재가 됐고 술과 연애의 고전이 됐다. 프랑스인들의 몽마르트와 세느강이, 한국인들에겐 덕수궁돌담길인 것이다.

 

낙엽 스럭스럭 지는 가을은 이 길의 정점이다. 싸늘한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이 계절의 고적도 아름답다. 이 곳의 풍경은 알록달록 천연색보다는 엔틱한 흑백사진이 더 제격인 것 같다.

 

옥의 티는 대한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박사모 노인들의 일그러진 풍경이다. 태극기도 그들이 몸에 감고 있으면 추하게 보이니 이건 지나친 확증편향인가 모르겠다.

 

올 겨울엔 눈도 안 내리고,

소록이 눈이 내린 이 길을 걷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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