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개의 생각

설리숲 2019. 1. 6. 23:59


그러니까 소통이 안 되는 부류를 생각하면 금방 떠오르는 게 이 두 가지다.

교인들과 애견인들.

 

사람 왕래 많은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전단지를 나눠 주면서 ○○교회 한번 나오세요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네들을 기독교인이라 하지 않고 교인들이라 한 이유는 같은 크리스천이라도 가톨릭에서는 없기에.

그네들은 정말로 전도가 되는 걸로 믿고 있는 걸까. 맞다 철저히 믿고 있다. 복음(福音)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인데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니 알라를 신봉하는 이슬람 나라에도 원정 가서 전도할 생각을 하지.

 

원천적으로 소통이 될 수 없다. 그들의 믿음만큼 사람들은 그들의 언행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전단지를 주니 마지못해 받긴 하지만 이내 구겨서 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부이다. 그네들은 섭섭하고 한심하다. 하나님의 복음을 거부하고 부정하니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애완견(요즘은 반려견이라고 좀더 친밀하게 용어를 바꾸었다)을 기르는 사람들을 접할 때면 저런 교인들이 떠오르곤 한다. 개는 귀엽고 친근하고 착하고 사람과 가까운 친구인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도저히 이해와 용납이 안 된다.

 

수많은 개들이 함께 나들이하러 나오는 한강시민공원에서 겪은 일화.

저만치 앞에 아가씨 둘이서 목줄 묶은 개 한 마리를 대동하고 하고 있고 한 아주머니가 그네들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는 걸 보았다. 아주머니의 말은 못 들었으나 시선이 개에게 간 것과 이어서 개줄을 잡고 있는 아가씨의 대답이 안 물어요하는 걸로 봐서 왜 개를 입마개를 안 했냐는 지적을 했나 보다. 나는 개를 잘 몰라 무슨 종인지는 알 수 없고 작지는 않은, 아주 큰개는 아니지만 비교적 큰 편에 속하는 개였다. 입마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그걸 지적한 걸로 보이는데 아가씨의 대답이 영 마뜩치 않으니 다시 아가씨에게 뭐라고 해대는 광경이었다. 역시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뻔히 알 수 있는 내용의 항의였을 게다.

몇 마디 지청구를 하고 나서 아주머니는 제 갈 길로 헤어져가고 두 아가씨는 하필 내 쪽으로 걸어왔다. ‘뭐래니, 미친 년!’ 개줄을 잡고 있는 아가씨가 걸싼 욕을 내뱉었다. 내가 가장 가까이 있었으니 선명하게 욕을 들었다.

제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에게 너무나 쉽게 나오는 원색적인 욕설에 나는 순간 분노가 일었다. 잘못된 걸 지적한 사람에게 적반하장 욕설이라니. 순간 아가씨를 붙잡고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치미는 걸 참았다. 불의를 보고도 잘 참는 내 기질 탓이지만, 이것도 다 쓸데없는 남의 일 참견에 속하는 일이고, 저 따위 아가씨를 붙잡고 따따부따 해봐야 하나도 들어 먹힐 리가 없다. 그래 봐야 돌아서서는 내게도 그런 욕설을 할 것이 뻔하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항의할지 몰라도 내가 접한 애견인들의 대부분은 이와 같았다. 그들은 개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모름지기 사람들은 다 개를 좋아하는 게 정상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으니까.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는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미움을 받는 셈이다. 도에 넘게 개를 편애하는 애견인들 때문이다. 마누라가 나는 무시하고 개한테만 일심으로 마음을 쓴다면 슬그머니 화도 나고 그 개새끼가 미워지지 않겠는가.

 그래 주위 사람들에게 내 사견을 주입시키곤 한다. 시민공원에 개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목줄도 했고, 큰 개는 입막음도했고, 수거용구도 지참하여 똥을 싸면 즉시 처리한다. 근데 오줌은 그냥 잔디밭에 싼다. 오줌에 대한 방책은 전혀 없다. 사람들이 앉고 눕기도 하는 잔디밭이다. 아이들이 뒹굴며 뛰놀기도 하는데 거기에 개들이 오줌을 싸댄다.  이런 불만을 얘기하면 애견인들이 반박한다. 사람도 아무데나 오줌을 싸는데 개한테 너무 야박하지 않느냐고.

 사람이랑 개를 비교하는데 무리가없나? 하긴 개만도 못한 인간들도 있긴 하다만 비교 대상은 아니다.

 아름다운 초록 잔디에 똥은 치운다 쳐도 질펀하게 싸는 오줌은 어떡할 거요? 우리 아이 똥은 안 더럽지만 남의 아이 똥은 더러운 법이다.

 

몰이해와 불소통의 시대다.


개념.

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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