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대기는 식어가고 구르던 낙엽도 지쳤는가 어디고 할 것 없이 소복히들 쌓여만 간다.
그래도 아직은 가을의 잔양이 남아 있어 서후리숲에는 단풍나무잎이 엷으나마 불그스레 남아 있다. 단풍의 마지막일 것이고 며칠 지난 지금은 이들도 죄다 떨어져 버렸을 것이다.
덥지 않으니 살겠다만 이젠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날은 차고 맑은데 가까운 앞산들이 먼지 속에 부옇게 잠겨 있다. 지금부터 꽃잎들이 터지는 새봄이 올때까지 겨우내 미세먼지로 신경쇠약에 찌들어 살겠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보는 날이 거의 없는 셈이다.
누굴 탓할까. 인간들 자업자득이지.
문명에 찌든 사람들이 그래서 그리워하는 건 숲이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진리를 터득할 수 있다.
마는 숲도 어쩔 수 없다. 그윽하고 고요한 숲이어야 하거늘 미세먼지는 그 숲속 깊은 곳에도 들어차 있다.
어쨌거나,
양평 서후리숲은 수수하고 소박해서 좋다. 인공미가 전혀 가미되지 않고 보통의 우리 뒷산에서 대하듯 정겨운 풍경들이다.
이미 많은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나목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안녕이다. 가을 하고도 늦가을은 그들과의 이별이다.
우리는 낙엽과 나무를 보며 쓸쓸한 감상에 젖곤 한다. 무성한 신록이 스러져 가며 황량한 숲이 될 때 그들로부터 인생종말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보면 나무들은 낙엽이 다 진 나목일 때가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한다. 살기 위해 광합성도 할 필요 없이 그냥 편히 쉬는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낙엽을 보며 인생무상 삶의회의를 느끼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모든 사물을 자신들 시각으로만 보는 어리석음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낙엽이 지고 있는 서후리숲은 가장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기분 탓인가. 그런 기운이 몸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다.
이별이지만 잠시 안녕이다.
비밀의 숲이라...
어떤 은밀하고 신비스런 비밀이 있을까나.
들어가 본 비밀의 숲이다.
극악한 미세먼지 때문인가 보다. 사진들이 선명하지 못하고 탁하다. 원하는 색감이 아니다. 이것도 내가 포함된 인간들 부류의 탓이니 누굴 원망하고 자시고 할 수 없다. 그저 내 앞에 오는 것에 순응할 뿐이다.
가을이 멀어져 가고 있다.
베토벤 로망스 1번 O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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