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일컫는 나무의 진짜 이름은 아까시나무다.
5월이면 주렁주렁 하얀 꽃이 만발하면서 그 향기가 온 세상에 가득 퍼지곤 했다. 우리들의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기도 했다.
근래 아까시나무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방해하면서 지나치게 식생대가 넓어진다고 관계기관에서 그 수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아까시나무는 황폐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산림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부터 많이 심었다. 나무뿌리에 기생하고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들여 토양에 천연자양분을 제공한다. 콩과식물의 특징이다.
아까시나무는 아주 우수한 목재다. 그 꽃은 가장 질 좋은 꿀의 밀원이다.
세상에 좋은 나무 나쁜 나무는 없다. 모든 동식물은 한 땅에서 공생하며 서로를 도우며 사는 게 정상적이고 건강한 자연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모든 식물은 전부다 원산지가 한국땅이 아니다. 처음엔 외래종으로 들어왔지만 오랜 세월을 지나며 정착하여 지금의 무성한 수풀이 된 것이다.
조선의 자연을 파괴하려고 일제가 이 강토에 아까시나무를 들여와 심었다고 하는 근거 없는 낭설이 있어 알게 모르게 나쁜 나무로 낙인찍힌 억울한 식물이다. 아까시나무는 우리 산을 이나마 푸르게 한 최고의 공로가 있다.
어릴 때 봄이면 지천으로 피는 이 꽃을 따먹었다. 그 맛도 일품이다. 이파리를 따서 하나씩 떼어내며 내기를 하던 놀이도 했다. 그런데 잎은 홀수라 그 결과는 뻔했다는 걸 나중에 커서 알게 된다. 억세고 뾰족한 가시를 떼어 이마에 붙이고는 도깨비라면서 다녔고, 손바닥에 안보이게 붙이고는 친구와 뜬금없는 악수로 골려주던 추억들도 있다.
이 맛나던 꽃을 이제는 먹을 수 없게 됐다. 자동차분진과 미세먼지, 스모그 등 문명화의 부산물들이 더께지어 달라붙어 있다. 아까시뿐인가. 진달래. 머루, 찔레, 고사리, 산사 등 어린시절의 동화들이 죄다 사라져 갔다.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 서수남 하청일 노래 : 과수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