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라고 아시나들?
목구멍에서 끓는 그 가래도 아니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하는 그 가래도 아니다.
유년시절에 이 가래를 많이 먹었다. 호두랑 비슷하지만 워낙 껍질이 두껍고 안의 먹을 건 별로 없다. 호두에 비해 가성비가 훨씬 떨어지는데 맛은 뒤지지 않는다. 형이나 누나들이 마을 어디선가 가래를 주워오면 너도나도 그것 까먹느라 여념이 없던 풍경들. 꼬맹이는 당연 누군가 알맹이 살을 발라줘야 먹었다.
그 때문인지 가래나무는 흔하지 않다. 호두나무는 지금도 어디서도 보이고 대량으로 재배도 하는데 가래나무는 유년시절 이후로 한번도 눈에 띄질 않아 잊고 있었다.
얼마 전에 강원도 외진 산골마을에 갔다가 마을 여기저기 가래나무가 서 있는 걸 보았다. 마침 결실기라 나무 아래에 가래들이 즐비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추측컨대 가래나무는 내 유년시절의 마을 같이 깊은 산골에서 주로 자라는 나무인 것 같다. 그곳에서 촌사람들의 심성과 어울려 버덩으로는 나가지 않는 촌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즈넉한 산골마을의 담 없는 촌가마다 가래가 광주리 채반에서 가을 햇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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