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광주 화담숲

설리숲 2018. 11. 7. 00:53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을 간다고 하니 동료가 서경덕과 연관 있는 데냐고 묻는다. 나 역시 알지 못하니 답은 못해주고 다녀온 가을숲.

 

  서경덕 하고는 전혀 관계없고.

  화담(和談)은 글자 그대로 정답게 이야기하면서 걷는 숲이라는 말인데 실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호라고 한다. 곤지암리조트와 화담숲은 같은 LG계열사로 리조트와 병행해서 운영되고 있다.

  몇 해 전 친구가 여길 다녀와서 자랑이 대단해서 늦가을에 한번 가 보리라 도슬렀었다.

 


  숲은 붉은색의 향연이었는데 여기도 1주 전에 왔더라면 더 화려한 색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넓이는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탐방로가 갈지()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 거리가 상당히 길다.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다 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화담숲은 순전히 인공미의 숲이다.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것이 또한 정감 있게 아름답다. 특히 소나무 정원이 그 백미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예술품인데 그것들이 한 사면을 고스란히 뒤덮고 있다.

 

  그래도 지금의 숲은 빨간 단풍이다. 다른 식물들은 빛이 바래 존재감이 미미한데 단풍잎들이 강렬한 색채를 내뿜으며 자기가 이곳의 주인인 양 군림하고 있다.

 

  이런 풍경을 해치는 건 모노레일카다. 쉴 새 없이 숲을 헤집고 다닌다. 어디서나 이 모노레일카가 이동하는 게 보인다. 물론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는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이다 보니 객인 나는 불만이다. 이것도 수익사업이니 주인을 비난할 수 없긴 하다.

 

  전에 친구는 음식을 준비해 들어가서 먹었다고 하는데 이젠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 입구에서 담당직원들이 가방을 열어 확인하고 있다. 불편하지만 옳다고 생각한다. 가장 탐방객이 적을 월요일인데도 엄청 사람이 많다. 주말이면 인산인해일 것이 불문가지다. 그 많은 사람들이 숲 곳곳에 퍼질러 앉아 음식을 먹는다면 훼손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데 이곳 주위의 음식점들이 너무 비싸다. 거짓말 안 보태고 일반 식당의 두 배 정도 가격이다. 이 상가들도 LG에서 경영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게 가장 불만이다.

 

  바야흐로 단풍잎이 한창 떨어져 내리고 있는 중이다. 곱다. 이제 저 단풍잎마저 가고 나면 이 숲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이미 황량한 겨울이 바투 다가와 있는데. 때가 되면 이들도 사라져 고요만이 남겠지.

  계절은 너무나도 빨리 달음박질쳐 간다. 폭염을 저주하며 어서 가을이 오라고 절규하던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김남조 시 김순애 작곡 백남옥 노래 : 그대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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