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설리숲 2018. 9. 7. 01:18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현실은 분명히 있다.

  덜 힘들고 덜 더러우면서도 수입은 많은 직업이 귀직이요, 그 반대는 천직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KBS1FM 방송을 많이 듣는다.

  오후 2시에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이 방송된다. 나는 이 프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클래식 전곡을 다 듣는 방송이다. 클래식 마니아라도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하지 않는다. 아바를 좋아해도 그들의 노래 전부가 좋지는 않다. 브람스 교향곡 3번 중 3악장을 좋아하지 전 악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교향곡과 협주곡 등 전 악장 듣기는 솔직히 지루하고 재미없다.

 

 이따금 방송을 들으면서 이 프로그램 진행자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직업이라는 무논리의 생각을 하곤 한다. 전 악장을 듣는 방송 특성상 클래식 한 곡이 끝나려면 보통 30~40분이니 두 시간이면 많아야 네댓 곡 정도 나온다. 진행자가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인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은 70분이다. 시작과 끝, 그리고 곡과 곡 사이 서너 번 멘트가 전부인 것 같다. 두 시간 동안 앉아서 음악만 들으며 중간에 몇 마디만 하면 되니 이렇게 편한 직업이 또 있을까.

물론 방송을 위해 선곡을 하고 그와 관련하여 사전준비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은 잘 모르니 당장 겉으로 보이는 두 시간 동안의 노동력은 거의 없어 보이지 않은가.

 

  비꼬거나 비아냥거리려는 건 아니다. 위화감이나 선망 따위도 없다. 그냥 아무 논리 없이 들고 나는 생각이다. 목하 최저시급인상 문제로 노동자들이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비애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고작 시급 몇 백원에 무너지는 자존감과 인격으로 고달파하는, 나와 이웃들의 1시간의 노동 가치와 애환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타르티니 :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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