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여기는 서울역

설리숲 2018. 7. 5. 00:57


- 고종의 특명을 받은 이준 선생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한 곳도, 손기정이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른 곳도,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파리로 향한 곳도 서울역입니다  - 문재인 -

 


우리나라의 모든 철도는 서울역과 연결되어 있다. 한국철도의 허브인 셈이다.

내가 이 역을 이용해 기차를 탄 것은 단 두 번이다. 많이 갔고, 많이 지나쳤고 해서 늘 친근한 곳인데 되돌아보고 꼽아 보니 단 두 번뿐이다. 전라도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전라선이나 호남선이 주 통로였고, 강원도에 살다 보니 경상도 쪽은 주로 버스를 이용했던 것이다.

 

둘째 누나가 시집을 가고 난 후 얼마 뒤에 자형의 직장을 따라 경상도 깡촌으로 이사를 갔다. 누나는 결혼 후에도 친정으로 자주 편지를 보내 안부를 전해오곤 했다. 시집간 누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결혼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해야 하는 여자의 굴레를 체득했다.

서울 살던 누나가 이사를 간 곳은 지금은 김천으로 통합해서 사라진 금릉군이었다. 나 고등학교 때였다. 엄마더러 놀러오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나 방학하면 같이 데리고 오라며 서울역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김천에서 내려, 어찌어찌 걸어가면 버스정류장이 있고 거기서 무슨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리라는 자세히 써 보냈다. 촌놈이 못미더웠던 작은형은 떠나기 전날, 청량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 다음에 내리라고 일러주었다.

시골버스를 탔는데 내리기를 잘못 내려 아주 한참을 걸었다. 먼지 폴폴 날리는 신작로의 풍경이 나중에는 푸근하니 정겨웠으나 당시엔 참으로 고달픈 길이었다. 나 혼자면 그럴듯했으나 엄마를 모시고 가는 길이라 무척이나 죄송스럽고 당황스러웠다. 길을 물어 보려 길가에 있는 점방엘 들렀다. 점방 지붕도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썼다. 아가씬지 아줌만지 아주 앳된 처자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피부빛은 거무스레하고 새하얀 잇바디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네의 진한 사투리가 얼마나 이쁘던지 나는 여태까지 같은 경상도 사투리라도 대구와 그 주변의 사투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들의 중국말은 참 듣기 싫은데 장국영이나 장만옥의 중국말은 또 고상하게 들린다. 요는 외모 탓이리라. 그날 시골길에서 처자의 경상도 사투리는 참말 신선하고 아름답게 귀에 감겼었다.

아무튼 그래서 서울역 기차를 처음 타 보았고.

 

두 번째는 그보다 훨씬 오랜 뒤였다. 북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한 그 역사에서 정인을 만났다. 아마도 지금의 새 역사가 아닌 옛 역사였을 것이다. 육중한 둥근 기둥 앞에 오도마니 서 있던 여인이 후에 연인이 되었다.

 

서울역은 내게도 역사가 오래 되었으나 진실로는 이렇게 딱 두 번의 인연이 있었다.












설이나 추석이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하는 서울역은 우리 민족의 상징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세월 지나 옛 역사는 문화재가 되어 뒤꼍으로 물러나고 지금은 신식 역사가 KTX와 무궁화, ITX를 운영한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옛 정취가 그리운 건 인지상정이다. 신역사는 편리하고 세련된 맛은 있지만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서려 있는 옛 역사가 간절하기 마련이다. 이런 감정들은 또 나이 먹어 가는 사람들의 곤대 기질일지도 모른다. 젊은 사람들의 시선이야 확실히 그럴 것이다.








서울로 7017.

요란하게 떠들던 것에 비해 그리 맘에 차지 않는다. 꽃 심어 놓은 여느 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삭막한 고가도로를 그나마 화려하게 리모델링한 것은 나름의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이정은이 부른 <서울역>은 아주 고급스런(?) 노래인데 가수와 노래 둘 다 이름 없이 사장된 케이스다. 1979년의 한국과 서울, 그리고 서울역의 정경을 노래했다.




고향 작사 남국인 작곡 이정은 노래 :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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