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비 오는 압구정

설리숲 2018. 6. 9. 23:34

 

 

 

 

 

 

 비 오는 날은 압구정에 가야 한다. ?

 그냥... 비가 오니까.

 가을날처럼 청청한 날엔 남산엘 오른다. ?

 맑은 날이잖아. 이유 없어.

 

 

그래서 그냥 압구정엘 갔을 뿐이고

 습기 가득한 골목골목 색색의 우산들을 구경했지.

 제 갈 길 찾아 떠나려는 봄의 끝자락을 보다가

 그 골목 어디에서 커피를 마시고 문득 지나간 예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리워했지.

 

 그랬던 거야.

 비가 왔고

 그가 나를 데려다줬어.

 생활하다 보면 나의 의지로 되는 것은 대체로 없는 것 같아. 인생의 바람은 사람을 만나게도 하고 이별도 하게 만들지.

 

 

 브라운 아이즈의 옛 노래가 비처럼 사뭇 가슴을 적시는 이런 날.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인터넷 다음 카페.

그림 그리는 사람들, 즉 화가들의 모임인데 그림 뿐 아니라 사진가 문학인들도 망라돼 있어 명색은 종합예술 카페야. 그래도 본 정체는 그림 카페야.

압구정에 갤러리도 있어.

지인 때문에 가입도 했고 글도 몇 개 올리기도 했는데

실은 나하고는 맞지가 않아.

 

우선은 위화감. 미대를 수학하고 미술로 그 직업을 가질 정도면 어지간한 부자 아니면 힘들지. 태생과 환경부터가 부르주아 계층이니까. 단순한 자격지심이 아니라 이들의 개념과 가치관들이 나 따위의 서민들에게는 별세계인 거야.

  나를 더 불편하게 하는 건 대개 보수주의자들이요, 정치적으로 우파라는 거지. 부르주아들이 보통 그렇듯이. 뭐 정치적 성향이야 말할 게 못된다손 치더라도 박정희를 존경한다느니 이승만이 한국의 큰 어른이라느니 하는 그런 사람들이니 보편적인 내 마인드는 황당하고 해괴할 수밖에.

 


 “강남으로 오면 괜찮을 줄 알았더니 죄다 졸부들인지 갤러리 보러 오는 사람은 없어...”

 비가 데려다 줘서 들른 그 갤러리에 마침 놀러와 있던 카페지기가 이렇게 구두덜거려. 그러면서 인사동으로 이사를 한다네.

  강남 부자들이야 그림 보는 것 말고 즐기고 놀 것들이 얼마나 많겠어. 사실은 예술에 갈급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하지 않은 게 보편적이야. 슈베르트 쇼팽 등 음악가들도, 고갱 고호 등 미술가들도, 김유정 이상 등 문학가들도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불완전한 사람들이잖아. 그런 사람들이 예술에 갈급한 법이거든. 나 역시 가난한 서민이래도 10만원이 넘는 음악회를 가곤 하지만 정작 부자들은 그까짓 거 그리 흥미를 못 느낄 거야.

 

  어쨌든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은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일종의 특구인 셈이야. 별세계이고 오르지 못할 나무이기도 하고. 그 거리를 걸으면 어쩐지 품격 있어 보이는 것 같은 착각도 갖게 하고. 패셔너블하고 예쁜 여자들이 런웨이한다는 그 곳.

 이효리의 노래에도 나오지.

 

   압구정 자주 가지 말아요
   예쁜 여자 많아 불안해요
   상냥한 여자는 절반이 다 내숭이예요.
   한 눈 팔지 말아요 다 보고 있어요

 

 

 

 

 

 

 

 

 

윤건 작사 작곡 브라운 아이즈 노래 : 비 오는 압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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