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5월의 남산

설리숲 2018. 5. 17. 00:25


아주 푸르게 맑은 날이면 남산엘 가야 한다. .

그냥 날이 맑으니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살인자 뫼르소는 잘못을 뉘우치느냐는 판사에게 그냥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죽였다. 솔직히 후회라기보다는 권태를 느낀다고 말한다.

나는 권태롭지는 않지만 햇살이 가을날처럼 청청한 날은 남산엘 가야 한다. 5월이니까.





서울 여자를 연인으로 하여 교제하면서 그 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서울의 명소 이곳저곳을 구경 다녔다. 정확한 표현은 끌려 다녔다. 덕분에 촌놈이 서울 구경은 참 착실히도 하였다. 러시아 여자를 애인으로 두면 러시아 구경도 실컷 할는지 모르겠다.

남산은 그래서 두어 번 올랐었다. 남산에서 내려와 명동의 사람 구경을 하고 그 유명한 명동성당에도 들어가 보고.














촌놈이지만 이래봬도 사실은 남산을 구경한 역사는 그보다도 훨씬 깊다. 인천에서 1년여의 노동자생활을 했었다. 사표를 내고 부평역에서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짐을 부치고 동료와 함게 남산을 올랐다. 민 모라는 이 동료는 나와의 이별이 몹시도 섭섭해 떠나는 나를 배웅해주려 우정 회사도 하루 결근을 하고 나왔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눈물 나도록 고마운 그의 마음씨였다. 그러면서 내가 회사를 잘 다녔고 사람들에게도 밉보이지는 않은 게라고 스스로 대견했었다.

그러나 그날 갔던 남산의 편린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식물원과 어디어디를 간 것 같은데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동료의 그 애정의 마음만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 어디서 잘 살고 있으리라.
















5월이다. 과연 신록의 계절이다. 그저 푸르고 푸른 그 풍경 속에 내가 한 점이 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은 최무룡의 노래 <5월의 남산>.

노랫말은 서울의 남산인 것 같은데 인트로의 내레이션에선 경주의 남산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거나 신록이 푸른 남산길에서 만나는 여인은 누구라도 아름답지 않겠는가.




최규남 작사 백영호 작곡 최무룡 노래 : 5월의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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