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변에 서면 어머니와의 탯줄이 보이고 젖줄이 이어져 흐른다.
오래전부터 이미 유흥가의 범람으로 강의 태곳적 신비가 훼손되었어도 역시 자연은 자연이라 그 유장한 흐름은 여전하다.
한때는 이 곳 경춘가도를 오르내리며 일을 했고, 또 더 짧은 한때 이 길을 오가며 연애도 했었다.
정겨운 이 강변에서 나는 소소한 희망 하나를 갖는다.
귀가 얼얼하게 추운 겨울 아침 이곳 키 작은 나무들에 핀 상고대를 꼭 보고 싶다.
호수의 도시 춘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때 겨울이면 하얗게 상고대를 뒤집어 쓴 나목들을 자조 접하곤 했는데 당시엔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었다.
수구초심이런가. 나이를 먹으면서 옛 생각과 땅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 많던 상고대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한번도 보질 못하였다.
폭염이 대지와 강상을 무지막지하게 치대는 6월이다. 여름이 한층 더 깊어졌다.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면 아련한 슬픔이 강처럼 내 안에 흐르는 느낌이다. 언제나 그렇다.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 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정태춘 작사 작곡 노래 : 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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